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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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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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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신용카드와 열쇠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대개의 미국인들은 옆구리에 7∼8개의 열쇠를 꿴 꾸러미를 차고 다닌다. 주머니 속에는 10장에 가까운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이 있다. 집을 지킬 사람이 없으니 열쇠는 필수품일 게다. 작게는 몇 달러짜리 상품에서부터 비행기표·호텔비·식사대·팁에 이르기까지 돈을 쓰는 모든 행위는 신용카드로 대신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지난 6월말의 통계를 보면 미국민들이 소유한 신용카드는 10억장이 넘었다고 한다. 2억4천5백만 인구 중 거의 2명에 1명꼴인 1억1천만명이 소유한 것이라니 단순한 산출평균으로 쳐도 한 사람이 9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는 계산이다. 신용카드 소유가 불허된 18세 이하 미성년을 빼면 성인들이 소유한 신용카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은 뻔하다. ◆플라스틱머니로 통하는 신용카드를 분수껏 사용만 한다면야 그것을 많이 갖는다해서 나무랄 일은 없다. 문제는 견물생심이다. 카드가 있으면 자연히 사용하고 싶은 욕구와 충동이 생겨 과소비를 하게 된다는 데 있다. 쓸 때야 신이 나지만 그 다음에 밀어닥치는 지불요구서가 쌓이고 쌓여 끝내는 파산자가 되고 만다는 게 신용카드의 맹점인 것이다. ◆우리 속담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당장은 돈을 안 내니 거저같지만 수수료까지 붙어 들이닥치는 카드사용 지불요구서를 볼 때는 신용카드가 잘못하면 신세 망치는 요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재무부가 국정감사자료로 낸 보고에 의하면 우리도 지난 3개월 동안 신용카드사용대금연체액이 2천6백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공단 근로자나 저소득층 시민들까지도 신용카드 회사들의 꾐에 넘어가 마구 카드를 발급받고 멋대로 긁어대다가 임금과 퇴직금이 압류당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됐으면 신용카드를 갖기 전에 분수에 맞게 사용하는 지혜부터 먼저 익히는 것이 더욱 중요할 듯하다. 소유자가 5백만명이 넘었고 신용카드 숫자만도 1천만장을 상회한다니 신용카드문화의 정착 또는 우리의 당면과제가 됨 직하다. 은행 등 카드회사들도 카드회원을 무조건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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