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선 초기와 달리 「엄호성 질문」/“야서 잘 도와달라” 초점 흐리기도/확인길 없어 의혹 씻기보다 증폭국정감사 마지막날의 공보처에 대한 문공위 감사는 이번 감사 전체가 민방과 태영에 대한 감사임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세영 태영 회장을 철야 신문했다.
민방 의혹으로 갑자기 「저명인사」가된 윤 회장이 하오 3시20분 감사장에 들어사자 감사장에는 긴박감마저 감돌았고 이내 여야 의원들의 「소득이 있을 수 없는」 집요한 추궁이 계속됐다.
윤 회장은 평민당이 요구한 증인이 아니라 민자당이 주장한 참고인으로 출석했기 때문에 손을 들어 선서문을 낭독하는 「통과의례」는 치르지 않아도 됐다.
엄밀히 말하면 참고인은 「증언을 함에 있어 거짓과 위증이 있을 경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선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답변내용에 자유재량이 많을 수도 있다는 확대해석이 태영에 대한 각종의혹 및 설과 오버랩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그리고 민자당이 절대 다수라는 보도를 휘둘러 평민당이 요구한 청문회 개최를 단숨에 부결시켜버린 것 역시 그랬다.
손주항 의원(평민)은 청문회 개최에 대해 『국민들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만큼 정부·여당은 물론 새로 태어날 민방을 위해서도 의혹은 규명되어 한다』고 주장했으나 11 대 4의 절대 역부족이었다.
첫 질의에 나선 민자당의 최재욱 의원이 1시간40여 분 동안 윤 회장의 해명성 답변을 끌어내려 했고 이어 나선 민자 의원들도 벌써부터 윤 회장을 「언론사 사장」으로 예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이채로웠다.
지난 28일의 공보처 감사 때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임이 분명했다.
의원들의 추궁강도에 비례해 태영측의 대응도 상당히 준비를 갖춘 모습. 태영측은 참고인 신문이 끝나기도 전에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고 윤 회장 뒤에는 회사 간부 4명이 배석해 수시로 답변에 조력했다.
최 의원에 이어 이동근(평민) 임인규 신하철(이상 민자) 손주항(평민) 권해옥 신경식 유한열(이상 민자) 조세형(평민) 최무룡 이응선 김인곤(이상 민자) 조홍규(평민) 조남욱 의원(민자) 등의 순으로 자정가까이 계속된 질의는 ▲태영의 배후에 관한 설 ▲사전 내락여부 ▲태영이 도덕적·능력적으로 사회의 공기인 언론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 등에 모아졌으나 윤 회장의 답변은 한결같이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부인일색이었다.
조세형·이동근 의원(평민)은 윤 회장에 관한 여러설 중 유일하게 「물증」이 확보된 민자당 당적보유 사실을 들이밀며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대변해서는 안된다」는 민방 선정기준에 대입시켜 허가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공세를 폈다.
조 의원은 『윤 회장이 말한 중도보수 우익의 이념을 지지한다는 얘기는 무슨 뜻이며 선정 후 인터뷰에서 「현체제를 유지시키고 의식화 경향을 예방하겠다」는 얘기의 취지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동근 의원(평민)은 『윤 회장이 국제문화연구소 회장인 김복동씨와 가까운 사이이며 민방 심의가 진행중인 지난 10월20일 제주도 세미나에 함께 간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인곤 의원(민자)은 『계속해서 두차례나 전화제보를 받았다』고 전제한 뒤 『윤 회장이 주석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일은 다 끝났다」 「비판적 발언을 한 의원은 시험방송을 할 때부터 가만놔두지 않겠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는 데 이게 사실이냐』고 이색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손주항 의원(평민)은 『자기 회사 주식배정마저 정부가 해주는 방송이 과연 자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면서 『새 민방은 민방이 아니라 관방』이라고 몰아 붙였다.
윤 회장은 『민방에 대해 좋은 질책을 해주고 잘 도와달라』는 얘기를 하며 답변해 나갔다.
윤 회장은 『황망한 가운데 민방을 맡아 미숙한 점이 많았다』고 말하면서도 미묘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의 논리를 세운 답변으로 의원들의 추궁에 정면대응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김복동씨와는 58년 군복무 때부터 아는 사이며 태영은 경영정보 수집과 업무유대를 위해 많은 연구기관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 뒤 『만약 사전내락이 있었다면 왜 민자당을 미리 탈당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윤 회장은 또 배후로 지목된 재벌과는 아무관계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자정 5분전까지 공방이 계속되었지만 예상대로 명쾌히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다」 「없다」로 계속되는 답변속에 증폭되는 것은 각종 의혹과 설이었다.
이동근 의원(평민)은 『내각제도 국민여론 앞에서 무릎을 꿇었지 않았느냐』며 의혹 자체가 문제이니 민방선정을 백지화하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최병렬 장관은 『의혹이 있다고 해서 아무런 하자가 없는 민방을 백지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고 윤 회장의 답변 태도 역시 최 장관과 같은 기조위에 서 있었다.
의혹과 설을 둘러싼 민방 공방은 백지화 공방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이병규 기자>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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