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겨우살이」예고/생필품 부족속 원유값 치솟아/국민들 항의시위등 불만 고조동구 국가들은 올해 2차대전 이후 가장 춥고도 긴 겨울을 보내게 됐다.
이들 국가들은 식량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페르시아만 사태 등으로 원유 또한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동구는 그동안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러 왔지만 생산성 하락과 실업 증가,인플레 심화,생필품 부족현상 가속화 등 각종 과도기적인 부작용에 시달려 왔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일부 국가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던 본격적인 경기후퇴 조짐이 최근에는 동구국가들 전체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유엔 유럽경제위원회(ECE)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동구의 공업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8%나 떨어졌다.
인플레율도 대폭 상승해 올해들어 지난 9월까지 폴란드가 9백24.4%,헝가리가 26.6%,체코가 7.2%를 각각 기록했으며 실업자수도 크게 늘어났다.
경제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정치적 민주화로 목소리가 커지고 시장경제 도입으로 기대수준이 상승된 동구인들의 불만이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달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는 정부가 석유가격을 66% 인상하자 택시 및 화물자동차 운전사들이 공장노동자들과 합세해 파업을 단행,부다페스트시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져 헝가리 정부는 결국 유가인상 조치를 철회해야만 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정부가 주요 상품의 가격자유화조치를 단행,담배 신발 모자 등의 가격이 3배이상 급등하자 이달초부터 항의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체코의 경우 이같은 항의시위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그것은 국민들의 불만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새로운 월별 복지비 지급을 통해 연료 및 가정용 필수품에 대한 보조금 철회조치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등 조심성 있게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나쁘기는 불가리아도 마찬가지이다. 식품점앞에 늘어선 줄이 2차대전 이후 가장 길어졌으며 우유를 사려면 새벽 4시반부터 줄을 서야만 한다.
감자값은 올해 8백%나 뛰었고 전기사정도 나빠져 4시간마다 1시간씩 전력공급이 중단된다.
더욱이 동구 각국들은 내년 1월1일부터 소련에서 구입하는 원유대금을 국제시장가격을 기준,경화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게 돼 있다.
내년 1월이면 해체될 동구권 경제상호원조회의(코메콘) 체제에서 동구국가들은 배럴당 평균 7.5달러 소련산 원유를 구매해 왔으나 앞으로는 엄청난 재정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원유수입량의 80%를 소련에 의존하고 있는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5개국이 앞으로 배럴당 35∼40달러에 수입하게 되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한해에 1백5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폴란드는 국제시장가격과의 유가 차이가 다른 국가들보다 적고 올해 공업생산이 30% 감소해 원유수요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여 충격이 그다지 크지는 않겠지만 다른 동구국가들은 유가상승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게 분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련 국내정치의 혼란으로 소련산 원유의 도입마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체코의 석유콤비나트가 있는 브래터스라버시의 한 플라스틱 공장은 소련산 원유가 도착하지 않아 가동이 중지된 상태이다.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등은 이란과 이라크의 10년전쟁때부터 막대한 양의 무기와 기계류를 이라크에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국제시세보다 훨씬 싸게 원유를 공급받아 왔으나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원유수출 및 경제봉쇄조치로 원유도입선을 전환해야 할 처지이다.
게다가 아직도 동구국가들의 가장 큰 해외시장인 소련의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페만사태의 장기화로 동구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소련이 원유가를 국제시장가격 수준으로 조정한 것은 코메콘 붕괴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소련경제와 동구경제를 묶어온 코메콘이 내년 1월 완전히 해체되면 동구경제는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되리라는 예상이다.
이에 대해 동구 각국의 시장경제 지향적인 경제학자들은 보다 급속한 개혁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인플레 실업률 상승 등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 자본주의경제에 익숙하지 않은 동구인들의 불만이 점증,사회적 불안까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동구국가들의 경제개혁 실패는 「냉전 이후」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커다란 장애요소로 등장할 것이 확실해 이들이 올해 겨울을 어떻게 슬기롭게 넘기느냐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남경욱기자> ◇동구 각국의 실질GDP(국내총생산) 성장전망 남경욱기자>
90년 91년
불가리아 10.0 5.0
체코 1.6 1.5
헝가리 2.5 1.0
폴란드 20.0 2.0
루마니아 15.0 3.5
(단위%,전년도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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