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영씨는 정상적인 민주절차(직선)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후반기」와 맞아 떨어지는 2년간의 재임기간을 가진 최초의 검찰총장이다. 후반기의 레임덕현상이라는 것이 국가 사회의 기강이 느슨해지고 정치·경제·사회의 혼란이 예상되는 것을 의미하는만큼,국가질서의 수호자인 검찰이 어떻게 이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은 그를 발탁한 정부나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에게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6공정부가 유화정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검찰권 행사의 강도여부는 다음 정권이 탄생할 때까지의 「안정」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의 하나이다. 따라서 검찰권 행사의 성격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정권의 안보와 국민의 안정희구가 맞아 떨어지는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겠으나,상충이 되는 때는 어려운 국면이 예상된다. 검찰의 정치로부터의 중립화문제가 이슈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에 관해서는 정 총장이 신임이 두터웠던 측근으로서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점,그리고 그 이전에 이미 30년 가까이 유능한 검사로서 여론을 읽는 수련을 쌓았다는 점 등 상반된 경험에서 고도의 균형감각이 가능할 것인가를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여타기관과 체제수호세력 등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에서 오는 갈등과 견제를 어떻게 수용해낼 수 있겠느냐는 데 있다. 임기제 첫 총장이었던 전임자가 공안정국의 주도라는 비난을 받았으나,검찰의 위상을 확고히하려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 등이 여러 모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장애는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 검찰 내부에도 있다. 이점을 국민이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음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기강확립의 과제이다. 인천 꼴망파사건에서 떳떳하지 못한 공사의 처신으로 검사 한 사람이 망신을 하더니,대전에서는 의원,판사와 함께 폭력단 두목과 술자리에서 어울리다가 칼부림사건에 끼어 든 사건이 터졌다. 검사들의 정신상태가 제대로 돼 있다면 일어날 수 없는 해괴한 일들이다. 총장자리를 놓고 여러 사람의 간부가 내놓고 치열한 로비를 벌였다는 소식도 전엔 별로 없던 사태이다. 역시 기강과 관련시켜 억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왜 기강을 훼손하는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물론 세태가 그러하니 여러 가지 대내외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강해이의 근인을 따지면 역시 사기저하나 성취감의 결여에서 나온 부작용이 아니냐는 진단이 가능할 듯하다. 열심히 해보았자 별수없다는 체념이 일반화되면 어떤 조직이라도 활기를 잃게 마련이고,정도를 벗어나는 조직원이 생긴다. 인사가 공정하지 않거나 근무여건이 공평치 않을 때 검찰이라고 예외는 아닐 듯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있었던 검찰인사 때의 특정지역 우대를 비꼰 「광어도다리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검사의 수사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5공 이래 인사적체가 물리적으로 해결되면서 젊은 부장검사가 많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단기적으로는 인사숨통이 트이는 것이지만,장기적으로는 수사실무경력이 많은 베테랑 평검사 출신의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검찰만이 해낼 수 있는 크고 복잡한 사건이 많고,경찰을 효율적으로 수사지휘하려면 수사를 잘 아는 검찰간부가 많다는 것은 검찰의 권위와 신뢰로 연결된다. 경찰에서처럼 검찰에서도 정치와 무관한 수사전문이 보직과 승진에서 불리하다는 풍조가 조성된다면 그건 정말 심각한 일인 것이다.
검찰의 분위기를 일신시키려면 새 총장은 우선 검찰의 총화체제를 되살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 일을 해낼 때 진정한 리더십이 생겨 난국을 처리하는 유연성 있는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화 다지기는 공정한 인사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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