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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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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생들은 대학원 진학을 꺼린다. 학업에 관심이 없고 능력 부족 탓이라고 뉴욕 타임스 보도가 뼈아프게 지적한다. 오히려 외국인 학생의 진출이 활발하다. 과학·기술 분야엔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계 유학생이 많다. 타임스지는 뉴저지공대의 학생 8백87명 중 7백34명이 아시아지역 출신이라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15년쯤 후엔 미국대학의 교수도 상당 부분 외국인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우리나라 해외유학생 수는 4만1천6백96명이다. 문교부가 국회에 낸 「해외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계열별로 인문사회전공이 여전히 자연과학계보다 많고 북미 쪽의 편중도 다를 바 없다. 눈에 띄는 것은 고졸유학생의 증가이다. 전체 유학생 가운데 1천8백50명이나 된다. 대학입시와의 연관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유학생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크다. 해방 이후 학계와 학문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았고,구미에서 발전한 경영·행정·신문방송학 등 새로운 학문 도입에 공로를 남겼다. 합리성과 과학성을 바탕으로 한 의식구조의 전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부정적 측면도 꼽아야 한다. 문화적 의존성을 조장하고,미국에 치충하는 편중현상을 불러들였다. 해외 두뇌들의 지식전달 과정에서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을 전개하며 고집한 것도 과오에 속한다. 이것은 전 서울대 사대 정원식 교수의 분석내용이다. ◆외국유학을 무조건 동경하던 시절은 지났다. 미국과 유럽대학의 학위 앞에 무턱대고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박사라도 국내에 돌아와 설 자리가 좁다. 교수와 연구직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없이 유학을 현실의 도피구로 삼으면 큰 코 다친다. ◆해외로 유학을 떠나려면 먼저 목적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학위지향 출세지향은 앞으로 통하기 어렵다.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당사자의 막연한 기대나,보내면 그만이지 하는 부모의 단견은 곤란한 생각이다. 더군다나 대입 낙방의 탈출로를 유학에서 찾는다면 한심한 낭비와 허송세월로 끝날 위험이 많다. 목적 없는 유학은 안 가느니만 못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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