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TV출연 국민참여 호소… 성금 밀물/베를린봉쇄 대비 비축식량도 보내기로/「통일보답」넘는 「급속밀착」 반영독일정부와 국민들은 심각한 월동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소련에 대한 거국적인 지원에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서유럽국가들이 각종 「핑계」로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독일의 이같은 대소지원은 「독일통일 선물」에 대한 보답차원을 넘어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통독대가」로 이미 막대한 경제지원을 제공해온 독일정부는 모스크바등 소련의 월동식량난이 가중되자 지난달 28일 콜 총리가 ZDF TV방송의 특별프로그램에 출연,독일 국민들의 대소 지원참여를 직접 호소하고 나섰다.
콜 총리는 이 연설에서 『대소 지원은 양국간 친선과 이웃사랑을 위한 것』이라며 『소련은 결정적 시기에 독일통일을 도왔다』고 강조했다.
콜 총리는 이에 앞서 25일에는 기업·노조대표들과도 만나 대소 지원에 전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하며 『독소관계의 장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이 특별방송이 있은지 하룻만에 ZDF방송과 슈테른지 및 민간구호기구 CARE가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러시아를 돕자」는 구호기금에 4백만마르크(약 20억원)의 성금이 답지했다.
이 기금외에도 적십자사등 10여개의 민간구호기구들이 설치한 「소련지원 특별구좌」에는 독일 국민들의 성금이 몰려 들어오고 있다. 여기에는 베를린 타게스 슈피겔지가 「레닌그라드를 도웁시다」란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언론들도 참여하고 있다. 29일 밤에는 벌써 CARE의 구호식량 37톤을 실은 수송기가 모스크바에 도착,30일 고아원과 아동병원 등으로 구호품이 전달됐다.
독일정부는 이와 함께 29일 소련에 의한 「베를린 봉쇄」의 재발에 대비해 베를린에 비축해 두었던 5억마르크(약 2천5백억원)어치의 비상식량과 동·서독군의 비축식량을 소련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 베를린 비축식량은 밀가루 6만6천톤,쇠고기 2만6천톤,버터 7천5백톤,탈지분유 1만2천톤 등 엄청난 양이다. 베를린시가 자체 비축한 설탕 2만톤 등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독일정부는 이밖에도 야채 2만1천톤,건조과일 1만1천톤 및 독일군의 의약품·식품 등 2만2천톤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독일정부는 이 막대한 양의 베를린 비축식량을 모두 수송하는데는 내년 2월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독일군을 동원,모스크바·레닌그라드 등 식량난이 심각한 소련 도시로 직접 수송할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식량지원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소련을 방문한 콜의 특사를 만난 고르바초프는 이 독일군 동원은 필요없다고 밝혔다.
고르바초프는 대신 아르메니아 지진구호품과 같이 현지로의 수송도중 유실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보로닌 부총리가 직접 수송·분배를 감독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베를린주재 소 총영사 루돌프·알렉세이예프는 기자들에게 『KGB가 구호품수송을 관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련과 독일은 또 지원·구호활동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양국정부의 각 부처 대표로 구성된 협력위원회를 모스크바와 본에 각각 설치,운영키로 합의했다.
소련은 이번주 브뤼셀의 EC위원회에 월동식량난 위기를 해소하는데 필요한 구호품목리스트를 제시,서유럽 각국의 긴급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대소 지원을 공약하면서도 지난 가을 소련의 대풍작을 이유로 식량부족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일정부 주변에서는 이같은 자세가 소련의 수송장애를 일부러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정부는 EC국가들의 대소 긴급지원 참여를 적극 설득할 것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소련측과 작성하는 등 성의를 다하고 있다.
대소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는 민간단체중에는 베를린의 「당케(고맙소) 고르바초프」란 이름의 단체도 있다. 독일이 이처럼 대소 지원에 열성적인 데는 소련의 위기가 이주민사태 등 독일의 안정에 위협으로 대두하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실로 「거국적」인 대소 지원자세는 국가간 질서의 격변속에 양국관계의 변화정도를 상징하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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