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위주 급급 체감 치안 더 악화”/총기남용·과잉단속 부작용 지적정부가 지난 10월13일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50일이 지난 1일 국회 행정위의 서울시경에 대한 감사는 전쟁선포의 와중에서 빈발하고 있는 인권침해 사례와 실적 위주의 형식치안에 모아졌다.
전쟁이란 극한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치안부재에 대해서는 여야가 의견을 같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기식의 무리한 수사,고문과 자백강요 등의 구태 등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됐다.
때문에 이날 감사결과가 ▲특별선언 이후 흉포한 특수강력범죄가 오히려 급증하는 기현상과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는 등 전쟁선포의 역작용으로 요약되는 것은 결코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 특별선언 이후 전체 범죄발생률이 줄어 들었음이 수치상으로 명백한데도 의원들이 이를 평가해 주기에 주저하는 현상들이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양성우 의원(평민)은 실적주의 수사가 빚은 가혹행위 사례를 열거한 뒤 『시경은 혐의자의 연행수사에만 주력하는 대신 체계적인 사건정리에는 관심이 없고,범죄사건부의 조작마저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서울지검의 시경유치장 감찰보고서에 따르면 시경형사 기동대에서 수사하는 사건의 경우 조서작성 및 의견서작성 요령이 미진하고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송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범죄사실도 기록하지 않은 송치 ▲사건자체의 장기간 방치 ▲증거물 관리소홀 등 『의도적 조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엉터리 수사기록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고 인권침해 방지를 촉구했다.
의원들은 이와 함께 경찰의 총기남용을 문제시했다. 서울시경의 총기사용 횟수는 89년 5건에서 올해 11월 현재 38건으로 33건이나 늘었고,이에 따라 피해내역도 89년 부상 1명에 비해 90년에는 사망 2명,부상 7명으로 나타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김덕규 의원(평민)은 특히 지난 10월말 시내 27개 경찰서의 사격능력 측정결과 사격률이 60% 이하인 경관이 30% 이상되는 경찰서가 59%나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비해 경찰의 총기사용 잘못으로 인한 피해예방과 안전관리를 위한 장치마련에는 속수무책이라고 질책했다. 김 의원은 또 『총기사용 피해 중 50%가 사전경고가 1∼2회에 그치거나,하반신 사격보다는 총기발사 자체에 의한 검거를 시도,총기사용 규정을 도외시하고 상황판단 미숙으로 가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종찬 의원(민자)은 『외국경찰의 경우 총기휴대 은폐 예절교육 등을 실시,국민과의 위화감 해소에 힘쓰고 있는 데 비해 우리의 경우는 총기휴대과시,고압적 자세로 국민정서를 해치고 있다』며 경찰의 자세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감사에서 「체감치안」이란 신조어가 등장,「통계치안」의 허점이 대비된 사실도 이채로웠다.
김우석 유기수 의원(이상 민자)은 『범죄전쟁 이후 범죄발생률이 9.1% 감소됐음에도 불구,강도는 15.5%,마약사범이 77.6% 는 데 비해 검거율은 0.3% 증가에 그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특히 공인회계사 피살사건 등 이목을 집중시킨 주요 강력사건들은 「10·13선언」 이후 발생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당국의 통계와는 현저한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연말까지의 80일 작전기간 동안 가시적 실적에 열을 올린 나머지 획일적 건수위주 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유흥업소 단속 등 과정에서 상납 등의 비리가 늘었으며 ▲조직폭력배에게는 효율적 제어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나열했다.
김종완 의원(평민)은 이를 구체화한 방증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내년 예산안에는 민생치안관련 수사활동비가 전년대비 57.5%포인트 증가한 반면 시국치안 관련 치안정보활동비는 1백22·8%포인트,대공활동비는 75.9%포인트 증액됐다』고 주장,『전쟁선포는 시국치안에 역점이 주어졌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89∼90년 서울시경의 특진현황도 시국치안관련 경관들이 3분의2나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박실 의원(평민)은 최루탄 사용증가와 관련,『화학탄을 사용할 경우 이에 대한 대기 및 인체영향을 측정해 본 적이 있는가』고 따졌고 서청원 의원(민자)은 『민생치안을 확립할 남은 1개월의 방안은 무엇인가』고 추궁했다.
결국 서울시경이 벌여온 「범죄와의 전쟁」에 대한 결론은 백남치 의원(민자)의 지적이 지나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그는 민생치안에 대한 거국적인 호응을 거론한 뒤 『해바라기성 순간치안을 지양하라』고 요구했다.<조재용 기자>조재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