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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무력증세/희망보여야 생산의욕 되산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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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무력증세/희망보여야 생산의욕 되산다(사설)

입력
1990.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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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좀체 풀리지 않는다. 작년과 비슷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연말을 한 달 앞둔 현재,무역적자는 60억 달러를 넘어선다. 훈장이 번쩍이던 수출의 날이 올핸 오히려 침통 일색이다.정부와 기업은 수출신장에 안간힘을 다했다. 1백일 작전까지 세워 총돌격을 해보았지만 결국 높은 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뚫지도 못했다. 아무리 채찍을 들어 보아야 「둔마가편」 격에 지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원인은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기술낙후와 경쟁력 약화,그리고 제조업의 인력난과 노동의 질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일부 수출업체는 이러한 난관이 풀리지 않고 내년의 노사분규와 중첩될까봐 벌써 겁을 먹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은 지금처럼 목청만 높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 두 가지 장애요인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 한,위기 상황은 가중될 뿐 극복의 가능성은 줄어들기만 한다.

단기간에 호전시킬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은 결국 근로의욕회복에 달렸다. 수출의 날을 전후한 두 개의 조사가 이 사실을 웅변으로 뒷받침한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부진은 인력의 부족과 근로의욕 감퇴로 인한 불량품의 증가로 매우 심각한 지경에 달했다. 노동연구원의 조사도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근로의욕의 저하가 이미 위험수위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근로자들은 지금 깊은 무력증에 빠져 들었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가 더욱 심하다. 천직 의식은커녕 전직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근로자의 30% 이상이 근로의욕을 잃었고,수출수력 업종의 압도적인 다수 근로자가 스스로 제품 불량률이 높아졌음을 자인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인 것이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투기로 인한 졸부현상과 정치·사회의 불안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고 내일의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허무감이 근로의욕을 허물어 내린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근로자들의 의식과 욕구구조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음을 기업측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요즘 젊은 근로자들의 의식엔 직장에 대한 애정이 없다. 그리고 경제욕구 즉 임금 등의 경제적 대가를 넘어선 인간적 대우와 자아실현의 기회확대를 원한다. 「돈보다 기업주의 정과 덕에 굶주려 있다」는 어느 노조위원장의 호소는 여러모로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이제 배부른 근로자가 아닌 사람다운 근로자가 되기를 바라는 욕망은 누구도 막기 어려운 형편에 도달했다. 사람은 희망이 없으면 거칠고 완강하게 현실을 거부하게 마련이다. 「수출입국」의 흔들림은 기업과 근로자의 각성과 위기의식의 공감을 나눌 때 멈춰질 것이다. 성장과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기업이라면 근로자의식의 변화를 정확히 진단하고 의욕의 회복을 위한 과감한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사회와 기업의 분위기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근로자의 희망을 북돋워주지 않으면 경제나 수출이나 수렁에서 빠져나올 가망은 적어진다. 기업이나 근로자나 방황과 좌절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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