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0.11.30 00:00
0 0

일반시민들이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내 탓이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부조리나 타락과 불신·불안이 결코 남의 탓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책임임을 자각하는 데서 출발한 시민자구의 정신운동이다. 이 운동이 일반시민뿐 아니라 지도층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 골고루 번져 땅에 떨어진 사회기풍과 도덕심이 되살아나길 고대하는 심정이 누구나 간절하다. ◆그런데 최근 정치나 경제계에서는 시민들의 「내 탓이오」운동과는 정반대로 「네 탓이오」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 난감해진다. 모처럼 개최중인 국회에서의 여전한 우문공방이나 일과성 호통도 그렇거니와,엊그제 어느 재벌총수의 토론회 발언요지나 경제단체장들의 정치권에 대한 「네 탓」 타령이 그런 인상을 주고도 남는 것이다. ◆그 재벌총수의 발언내용이란 이미 보도된 것처럼 『정치가는 최소한 정직·성실한 태도로 국민 앞에 솔선수범해야 하며 정치자금이란 미명하에 부패해서는 안 된다… 대권을 잡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훑어봐도 지도자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어서 좌중을 웃겼다는 것이다. 왜 좌중이 그 발언을 듣고 웃었는지는 불문가지이다. 아마 그 웃음 속엔 누가 누구를 탓하느냐 하는 비아냥도 숨어 있었을 것이다. ◆같은날 여당 주최의 경제단체장 초청 「새질서·새생활운동」관련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네 탓이오」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P 최고위원이 『정치가 다른 분야를 걱정해야 되는데 다른 분야가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어서 송구하다』고까지 말한 뒤 협력을 부탁한 것은 일단 당연하다고 치자. 그런데 토론에서 단체장들은 『죄송하지만 여당 의원과 당원들만 이 운동을 지켜주면 우리는 그대로 따라갈 것』이라는 요지로 면박을 주며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가 그런 꼴을 당해 싸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때 「유착」 소리마저 들으며 큰 힘을 공유해왔던 정·경나으리들이 시민들은 「내 탓이오」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때 공동책임을 느끼긴커녕 「네 탓」 타령들만 하고 있으니 정말 꼴불견이 아닌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