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들어 밖을 보면 가끔 멋있고 재미있는 일들을 구경할 수가 있는데 최근에는 영국 정치얘기가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데도 미련없이 총리직을 버리고 11년만에 물러나는 철의 여인 재상 마거릿·대처의 용단에 먼저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대처가 키워온 존·메이저가 47세의 젊은 나이로 20세기의 최연소 총리로 등장했다고 해서 다들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서커스단 곡예사의 아들,고등학교 중퇴,공사장인부,버스차장 등 어려웠던 시절의 개인적인 이력서가 대학입시 열병을 앓고 있는 우리에게는 색다른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저런 얘기들 중에서도 역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40대 기수로 넘어간 영국정치의 세대교체가 아닐 수 없다. 정권과 당권이 넘어가는 방식이 과연 의회 민주주의의 종주국답고 또 메이저라는 사람에게 넘어간 것이 우리에게는 신기할 따름이다.
지난 25일의 폴란드 선거에서 대통령후보로 나가 40%의 지지를 받았던 레흐·바웬사가 메이저와 닮은 점이 여러가지여서 흥미를 더해준다.
12월9일의 결선투표 결과를 봐야 확정되겠지만 영국의 메이저와 같은 시기에 폴란드정치의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등장한 바웬사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가정환경부터가 비슷하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가지 못하고 중학교만 졸업하고 만 것도 공통된 점이다. 그러니 여유있는 집안출신의 소년들이 정규교육을 받고 있을때 돈을 벌기 위해 고생을 해야 했던 것도 같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기이한 공통점은 바웬사도 메이저와 같은 47세의 동갑내기라는 것이다.
최근 40대에게로 넘어온 세대교체현상은 비단 서구와 동구에만 있었던게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에서도 이광요 총리가 31년만에 물러나고 49세의 오작동이 28일 뒤를 이어 취임한 것이다.
메이저나 바웬사와는 달리 미국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까지 받을 정도로 충분한 고등교육을 받은 그는 다분히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의 이광요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국민여론을 인식한듯 「좀더 자유롭고 부드러운 싱가포르를 건설하겠다」고 새 세대의 포부를 다짐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금 오작동 총리의 등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데 이어 오총리의 후임에는 이광요의 아들 이현용 준장(37)이 멀지않아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이 동서양의 여러나라에서 40대 지도자들의 동시출현을 기분좋게 지켜보면서 우리에게도 비록 야당에 국한되긴 했지만 20년전 40대 기수들에 의해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던 멋진 드라마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상기해보고 싶다. 즉 70년 9월 대통령후보를 결정하는 신민당 전당대회에는 43세의 김영삼,47세의 김대중,49세의 이철승씨가 나란히 출마하여 표의 대결로 승부를 가리는 야당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던 것이다. 당시 김영삼씨의 폭탄선언에 의한 선창으로 시작된 소위 40대 기수론은 서울시민회관 무대에서 정말 멋진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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