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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이 감히 정치에 참견해”(국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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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이 감히 정치에 참견해”(국감석)

입력
1990.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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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감사」 제쳐놓고 「지자제 건의」 맞고함29일 상오 중소기협중앙회에 대한 국회 상공위의 국정감사는 우리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파헤치고 처방을 내리는 「본질감사」를 제쳐둔 채 기협측이 지방자치제 실시 연기를 건의한 사실을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금쪽같은 감사시간을 허송하고 말았다.

이날 평민당측은 처음부터 작정한 듯 황승민 중앙회장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채영석 의원을 내세워 『중소기협이 지자제 실시 연기를 건의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채 의원이 계속 『민주화 대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 『노태우 대통령의 지자제 실시 의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목청을 높이자 민자당의 임무웅 석준규 의원 등이 『일단 업무보고부터 듣자』고 제동을 걸었으나 역부족­. 급기야 여야 의원간에 맞고함과 삿대질이 오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삽시간에 험악하게 돌변하자 이병희 의원(민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사회를 보고 있던 이재근 위원장(평민)에게 『해야 할 감사는 하지 않고 무질서하게 이게 뭐냐』고 「장내 정리」를 요청하는 촌극까지 연출됐다.

그러나 평민당 의원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중소기협이 「감히」 정치문제에 개입하는 「건방진 작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외친 반면,여당 의원들은 『국민 누구든지 헌법에 보장된 언론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할말은 했다」고 맞섰다.

중소기협중앙회는 지난달 25일 산하 조합이사장들의 의견을 집약,『지자제 실시는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합일된 의사이므로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업』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통화팽창,물가상승,인력난 등 부작용을 들어 지자제선거를 총선과 동시실시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각 정당과 정부측에 전달했었고 이것이 이날 감사에서 풍파를 일으킨 것.

야당 의원들의 호통에도 불구,황 회장은 기협의 건의가 마치 여권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인식하는 야당 의원들의 「오해의 시각」이 마음에 걸린 듯 건의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소신」을 재차 피력하려 했다.

이때 야당 의원들은 건의서 낭독을 제지하려 다시 고함을 질렀고 이성호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내용을 들어보자』고 맞서 논란 끝에 황 회장이 건의서를 낭독했다.

여야 의원들은 건의서가 낭독된 후 건의취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오해가 풀린 듯했다.

건의문의 곳곳에 「정책활용에 반영해달라」 「우리 경제현실을 직시,실시시기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대목 등이 「요구」가 아닌 「현실고려」 쪽에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인 듯했다.

이날 감사장에서의 미묘한 신경전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자제협상과 「오버랩」되면서 지자제 실시여부에 대한 쌍방의 「속마음」만 노출시킨 셈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6공 들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국민이 「정치」를 안타깝게 여기는 한 단면을 보여준 「단막극」이 이날 상공위의 중소기협중앙회 감사에서 공연된 셈이다.<조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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