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리즘틀」서 일부 변화 확실/「계급없는 사회」의욕에도 기대/독자적 색깔내기가 관건… 조기총선 가능성도존·메이저의 총리직 선출이 갖는 총론적 의미는 영국의 집권 보수당이 대처에 대한 「반란」으로 야기됐던 당내 분열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내외에 90년대를 이끌 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2차 경선에서 메이저가 과반수에 2표가 모자라는 득표를 했지만 헤슬타인과 허드가 동반 사퇴,3차경선에까지 가지 않음으로써 보수당은 분열뒤에 오히려 공고히 단결하는 모습을 과시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대처의 애완견」으로 변화를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일부의 혹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료시절 EC 통합문제와 국내정책분야에서 그가 보인 「독자적 목소리」는 그의 미래가 「대처의 복제품」만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기에 부족하지 않다.
우선 EC 통합문제와 관련,메이저 총리는 대처 시절의 완강한 고립주의 원칙에서 서서히 탈피를 시도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메이저는 허드 외무와 함께 대처 내각시절 대 EC정책에 관한 한 비교적 온건론자로 지칭돼 왔다.
대처가 지난 10월8일 여러해동안 가입을 거부해왔던 유럽통화체제(EMS)에 파운드화를 참여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메이저와 허드의 설득에 따른 것이라는게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EC의 단일통화와 단일은행문제에 관해서는 그 역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메이저는 EC 단일통화 대신 「제13의 공통화폐」를 12개 회원국의 화폐와 병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메이저는 변화를 추구하되 영국의 독자적 이익을 챙기려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과의 관계도 당분간은 급격한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정문제에 있어서도 메이저 총리는 자유시장경제원칙 옹호라는 기본틀 아래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잘못됐다고 믿는 정책에 대해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대처퇴진의 한 이유가 된 주민세의 개선을 약속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출신배경에 걸맞게 소액납세계층에 대폭적인 감세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처 시절에는 주로 고액소득자가 감세혜택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대처정권은 「부자들을 위한 정권」이라는 비난을 들어왔다. 이밖에 침체된 경제를 부추기기 위해 14%에 달하는 고율의 대출금리를 총리 취임 즉시 낮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도 대처와 마찬가지로 공공투자억제를 통한 긴축적인 재정운용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가 구체적인 정책분야에서 당분간 「완화된 대처리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의 총리취임이 갖는 상징적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상류계층을 대변해온 보수당이 「계급 없는 사회」건설을 외치는 40대의 젊은 기수를 새 지도자로 흔연히 옹립함으로써 집권층의 세대교체와 함께 체질변화의 의욕을 보였기 때문이다.
메이저 총리가 갖는 이중성은 경험이 짧기 때문에 당분간 대처의 「외투」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는 점과 그러면서도 그가 대처의 대리인으로만 머무르지는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 총리를 두고 같은 유럽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의 반응이 대조적인 것도 그의 총리선출이 갖는 이중성을 확인해준다. 프랑스 언론들은 「궐석 당선자」인 메이저가 대처의 「상속자」라고 혹평한 반면 독일의 집권 기민당은 그가 친유럽적 정책을 펼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환영의 뜻을 표했다.
92년 총선때까지 대처가 총리직에 머물기를 은근히 바랐던 닐·키녹 영국 노동당 당수는 메이저의 총리선출을 두고 「다른 얼굴로 나타난 대처리즘」이라고 규정하고 즉각적인 총선을 주장했다. 영국 언론들의 메이저 총리에 대한 첫 주문도 대처와의 거리를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노동당과 좌파언론이 주장하는 조기총선문제는 메이저에게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그는 영국 언론들이 지적한 것처럼 보수당의원들에 의해 총리가 된 것이지 국민들에 의해 뽑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국민들의 기대감을 배경으로 그가 내년초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총선때까지 얼마나 자신의 독자적인 색깔을 구체화 하느냐가 그가 당면한 최대의 숙제다. 그럴때라야만 90년대를 「메이저리즘」의 시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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