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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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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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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날마다 끔찍스런 범죄가 아니면,부정과 비리가 쉴 틈 없이 벌어지는 세상. 큰 돈이건 작은 돈이건 돈이 사람을 죽이는 세상. 10만원짜리 월세방을 구하려다 허기져 쓰러져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부동산으로 떼돈을 거머쥔 졸부들이 「사치품올림픽」을 벌여 문제되는 세상. 그런 험악하고 한심스런 세상이지만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미담도 있다. ◆극빈층을 위한 무료자선병원인 성가복지병원(서울 성북구)은 병상 79개의 종합병원이지만,정식직원은 11명에 지나지 않는다. 의사 15명,약사 50여 명 그리고 간호사 등 모든 일이 자원봉사자들 손으로 운영된다. 서울 성동구의 한 파출소에는 4년째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대주는 40대의 의사가 있다 한다. 「이름을 안 밝힌다」는 조건으로 돈을 내고 있다. ◆그러나 「가진 사람」이 이런 미담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드물다. 올해 38세인 창원시의 조철주씨는 『돈을 많이 벌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한다. 경남 통영군의 섬 욕지도 출신인 그는 이제 2백40억원을 들여 총건평 2만평 규모의 서민 임대아파트를 지어 경남도에 기증하기로 했으니 「소원」을 이룬 셈이다(한국일보 27일자 21면 보도). ◆조씨와 함께 성원토건의 공동대표인 최윤영씨와 김창현씨는 모두 30대의 친인척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아직 2백억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내놓을 만큼 기업이 컸다고는 볼 수 없지만,어차피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키로 작정한만큼』 1차로,서민용 임대아파트를 지어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보기는 드문 일이다. ◆고국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의 MK택시회사는 재일동포 유봉식씨가 경영하는 유명기업이다. 그는 『기업은 경영자의 사유물이 아니고 사회의 재산』이라고 했다. 돈이 사람을 죽이는 오늘날 우리 풍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몇백 억의 큰 돈을 선뜻 내던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보기 드문 미담에서 흐뭇한 「긍정의 씨앗」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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