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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인연/검사와 「운동권」 연수원 재회(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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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인연/검사와 「운동권」 연수원 재회(등대)

입력
199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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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시절 좌경 유인물로 지목된 「깃발」사건의 담당검사와 서울대생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피고인이 5년 4개월만에 사법연수원 교수와 법조계 초년생이 되어 다시 만났다.28일 하오3시 사법 연수원생의 교수면담이 열리고 있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법 연수원 404호실에서 김원치부장검사와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지난달 30일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흥구씨(27·서울대 법대 졸)가 극적으로 만났다.

『이게 누구야,흥구아니냐. 정말 반갑네. 합격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줄이야…』

다른 면담 대상자들과는 달리 이씨를 알아본 김부장검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악수를 청했다.

이씨 역시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간단히 신상관련 서류를 작성하며 김부장검사는 『그때 함께 구속됐던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느냐』며 「깃발」관련 학생들의 안부도 물었다.

이씨는 대학시절의 「전력」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에 합격,신선한 화제를 던져주었다.

82년 서울대에 입학한 이씨는 85년 7월 「깃발」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 고무·찬양)혐의를 받고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자격정지 3년,2심에서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씨는 87년 6·29선언에 따른 후속조치로 87년 2학기에 복학한뒤 입학 7년만인 89년 2월 졸업했다.

이날 면담에서 김부장검사가 『지금 당시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씨는 『앞으로 법조인으로 현실 생활에 충실하면서 과거의 생각들을 다시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합격생들의 면담은 3∼4분만에 끝났지만 과거의 검사와 피고인은 20여분간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두 사람은 깊은 이야기는 못다했지만 앞으로 자주 만나 소주도 나누며 법조계 선후배로 가깝게 지내자고 약속했다.

면담을 마친 김부장검사는 『과거 후배인 이군을 구속할때는 무척 안타까웠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며 『이제 예비법조인으로서 당당히 만나게 된 이상 훌륭한 후배가 되도록 이끌어 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군은 『과거의 관계를 떠나 오랜만에 선배를 만나니 반갑다』면서도 『이러한 모습이 자칫 운동권 출신이 자연스럽게 현실에 흡수돼 가는 듯한 인상으로 비쳐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며 연수원을 떠났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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