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언제쯤 대학진학열기가 사그라져 입시지옥에서 헤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해마다 온나라를 뒤흔드는 국가적 숙제를 심각하게 되씹어보게 하는 입시철이 닥쳐왔다. 27일의 전기대학 입시원서 접수결과를 지켜본 우리의 심사는 그래서 더없이 착잡하고 안타깝기만 하다.95만1천명을 넘는 대입응시 신검자 중 작년의 전기대학 응시율인 73.7%보다 낮은 69.7%인 66만2천여 명이 94개 전기대학에 지원해 평균경쟁률이 예상보다 다소 낮아졌다거나,상위권 실력 학생들이 소위 명문대학에 소신 지원했고 중위권 학생들의 안전 하향지원 경향이 두드러졌다 해서 문교당국은 4년째 실시되는 「선 지원 후 시험」의 입시제도가 정착단계를 맞았다고 보는 모양이지만 우리의 견해와 입장은 전혀 그와는 다르다.
눈치작전과 막판 소나기 접수는 여전했고 절대다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그 책임이 해당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만의 잘못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회에서는 정말 대학에 가고 싶지 않고,보내고 싶지 않은데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하고 보내지 않을 수 없는 풍조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교육당국은 물론이고 정부차원에서도 고학력풍조지양정책을 폄네 하고 입으로는 떠들어댔지만,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은 게 없다. 입시제도만을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하는 식이어서 고졸자의 대학진학 희망률은 해마다 심화되어왔을 뿐이다.
85년도 대학진학 희망률이 70.8%였던 것이 이번 입시에서는 80.4%까지 늘어난 것이 이를 웅변적으로 설명해준다. 5년 만에 무려 9.6%포인트 즉 10% 가까이 심화된 것이다. 여기에다 33만1천명이 넘는 재수생들까지 가세하니 「적성을 따져 대학을 간다」는 것은 실현성이 없는 공자님 말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찌됐건 전기대학 14만6천3백46명,후기대학 5만9천6백94명 등 1백15개 4년제대학의 정원 20만6천10명과 1백18개 전문대학 정원 14만1천5백70명을 합친 34만7천5백80명만이 진학하면 60만4천명 이상은 다른 사람이 대학가는데 들러리만 선 신세가 되고 말 입장이다.
이 딱한 대학진학 과다열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대학을 나온다 해서 모두가 취직이 되고 누구나 출세하며 잘사는 것도 아닐 바에야 대학을 덜 가고 고졸 또는 전문대 졸업만으로 평균국민으로써 부족함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밖에 없다. 아직도 학력간에 심한 격차가 나는 임금구조를 빨리 뜯어고치고 기능인이 우대받는 풍토를 조성해야 하며 중·고교의 교육체계를 실업과 기능에 비중을 훨씬 높여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또한 정말 대학을 안 가고도 살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일은 국민 각자 내지는 전체의 몫임을 자각하고 실천할 때 입시지옥 문제는 해소될 전망이 설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