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싸움에 뒤이은 분유싸움으로 유업계가 떠들썩하다. 3년 넘게 계속돼온 파스퇴르유업과 유가공업체들 사이의 「우유논쟁」은 지난 10월10일 대법원에서 파스퇴르측의 광고가 「과장·비방광고」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다.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직후 파스퇴르와 경쟁해온 17개 유가공업체가 연합,각 종합일간지에 「우유의 진실승리」란 제목의 광고를 내면서 우유싸움은 법정 밖 투쟁의 새로운 형국으로 접어들었다.
파스퇴르의 물량투입식 광고공세에 시달려온 유가공업체들은 그 동안 참아온 말을 이때다 하고 쏟아놓게 됐다.
파스퇴르도 즉각 이에 맞서 예의 물량공세식 광고를 통해 다시 포문을 열었다.
『남양유업을 위시한 유가공업체들이 판결의 취지를 왜곡,대법원이 마치 파스퇴르의 광고가 아닌 우유가 나쁘다고 판결한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며 『유가공업체들은 자체 제품이 파스퇴르우유보다 좋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상품선전을 하라』고 맞받아쳤다.
파스퇴르측은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의 허위광고 시정명령에 불복,법원에 제기했던 행정소송에서는 비록 졌지만,우유의 질에 대한 논쟁에서는 한 치도 양보 안 하겠다는 태도였다. 파스퇴르는 싸움의 불길을 우유에서 분유 쪽으로 돌리는 역공을 취했다.
파스퇴르는 자사의 분유가 다른 회사제품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는 내용의 기존광고와 함께 특정기업을 지칭,비난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렇게 되자 남양유업은 26일 파스퇴르를 상대로 서울민사지법에 허위과장광고 행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다시 한 번 법에 걸어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는 것이다.
가처분신청은 통상 열흘 안팎이면 결정되므로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는 곧 가려진다. 그러나 법정판결이 싸움을 끝내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법정은 허위과장광고 여부는 가려주겠지만 정작 중요한 「파스퇴르 제품은 과연 타사 제품에 비해 월등하며,또 가격만큼 좋은 제품인가」라는 소비자의 의문은 풀어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의문은 결국 소비자보호원 등 정부의 공인기관이 풀어줄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싸움에 끼어들어 「괜한 곤욕」을 치르지 않으려는 무사안일의 팔짱을 풀고 의문을 풀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소비자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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