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통일원에 대한 국회 외무통일위의 국정감사장에서는 자당 소속의원을 「참고인」으로 채택하자는 제의가 나와 정회소동까지 벌어지는 희한한 해프닝이 전개됐다.의원이 동료의원을 참고인으로 채택하라고 하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그러한 제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국정감사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감정적 측면이 두드러져 보였다는 점이 씁쓰레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권헌성 의원(민자)이 홍성철 통일원 장관을 상대로 「통일원의 부총리급 격상」과 관련한 논전을 벌이던중 갑자기 『박철언 의원의 밀입북이 통일축구 취재를 위해 서울에 온 북측 기자들에 의해 확인됐는데도 정부가 임수경양의 밀입북과 달리 취급함은 통일정책의 이중성 아니냐』고 질책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전후 사정」을 설명한 뒤 『정부나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가 방북하는 경우와 임양의 밀입북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냐』며 반론을 제기하고 『부엌칼도 주부가 들면 요리용이지만 강도가 들면 흉기가 될 수 있는 법』이라고 비유를 들었다.
권 의원은 즉시 말을 받아 『나는 장관에게 질문했지 박 의원에게 물은 게 아니다』며 언성을 높인 뒤 『정 그렇다면 박 의원을 참고인으로 채택할 것을 제의한다』고 긴급 제안을 했다.
순간 국감현장에 있던 의원,통일원관계자 등 모든 사람들은 「사태」의 돌발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술렁거렸다. 급기야 박정수 위원장의 정회가 선포됐다.
10여 분 간의 구수회의 후 재개된 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증언감정법상 참고인 신청은 7일 전에 해야 한다』며 돌발사태의 확산을 일단은 막았다.
이같은 해프닝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수십 차례도 더 거론된 박 의원의 방북여부보다는 국감이 개인적 감정차원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 역연했다. 해프닝 후 얼마 안 돼 김영삼·김종필 두 민자당 수뇌가 불편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버린 사실이,뭔가 본질과 어긋난 국감현장의 어색함을 잘 보여주는 반증 같았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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