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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운전사가 낸 버스 사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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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운전사가 낸 버스 사고(사설)

입력
1990.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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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 및 등교시간의 지옥 같은 서울 교통사정을 누구인들 짐작하기란 어렵지가 않다. 좁은 길에 많은 차가 한꺼번에 몰리고,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하루 총 통행인구가 2천3백만명에 이른다지 않는가. 그래서 날마다 겪는 나들이가 아슬아슬하고 진땀나는 모험이다. 하지만 27일 아침 발생한 서울 길음동 네거리 횡단보도에서의 버스사고는 이같은 교통사정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가장 원시적인 사고여서 충격과 걱정이 더하다.지금까지의 조사로는 버스운전사는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온전했다는 것이고 보면,사고원인은 첫 운전에 나선 신참 버스운전사의 내리막길 과속과 급회전 등 운전미숙 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모든 차량운행의 기본요건이 운전자와 차량일진대 이같은 기본요건의 결여에서 일어나는 사고란 가장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것이어서 그 때문에 잃은 사람 목숨의 값어치가 정말 허망해지는 것이다.

사람이 시간도 아끼며 편하자고 만든 대중교통편들인데,사고만 났다 하면 대부분이 운전미숙 아니면 정비불량으로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있으니,사회적으로 이같은 짓이 용인되고 있는 수준 이하의 교통문화나 인명경시 풍조가 차라리 한탄스럽다.

서울시내에만 8천3백대의 버스가 운행돼 전체 교통인구의 절반을 맡고 있다. 지옥철로 알려진 지하철분담은 15%,택시도 16% 수준이다. 아직도 모든 시민의 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버스의 운행행태나 당국의 관리수준은 그 비중에 걸맞지 않게 한마디로 밑바닥을 맴돈다.

우선 버스노선이 승객의 신속한 수송보다 버스회사의 채산성 위주로 되어있다. 이 때문에 많은 노선이 도심지를 과다·중복 통과해 교통체증을 가중시키고 운전자의 난폭운전을 조장한다. 업자들은 수지타산을 위해 무리한 배차간격을 강요하면서 체증 심한 도심노선 통과를 고집하고 있고 그런 횡포를 당국이 용인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모순이요 불합리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횡포와 불합리로 대중을 위한 문명의 이기인 8천3백여 대의 버스가 예고도 없이 사람을 잡는 흉기로 돌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에는 이같은 사정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차는 많은데 운전사가 부족,마구잡이로 버스운전사를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 정신질환 버스운전사가 한강에 차를 처박아 많은 인명을 앗았는데,이번에는 미숙한 운전사가 아침 운행길에 끔찍한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세계 으뜸의 교통사고 다발국가라는 불명예에다 대중의 발을 이 지경으로 방치하고도 태연할 수 있는 우리의 비문화적 풍토는 반드시 고치고 볼 일이다.

버스운행체계나 관리행태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비싼 세금을 내는 시민들을 그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잘 쓰라고 준 세금인데 시 예산을 보조해서라도 대중교통운행을 사람위주의 인본화로 끌어올릴 무한책임을 시 당국은 안고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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