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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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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들어와 국왕을 제외하고 가장 오랫동안 집권한 인물은 누구일까.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의 주석인 김일성이다. 공식적으로는 42년간이나,북조선 노동당을 창건,소련의 후원 아래 권력을 휘둘러온 것을 고려한다면 근 45년에 이른다. ◆김일성 다음으로 40년 넘게 집권했던 인물로는 고 장개석 총통과 알바니아를 오늘날 유럽 최빈국으로 전락시킨 엔베르·호자(41년) 정도다. 40년 집권을 육박하는 인물로는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37년)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대통령(36년) 유고의 티토 등이고 그 밑으로 스탈린(28년) 모택동(27년) 등이 뒤따른다. ◆장기집권은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훌륭한 명분을 내세워도 민주주의의 적이며 결국은 독재와 폭정으로 이어진다. 대처 수상의 용퇴에 이어 이광요 싱가포르 총리가 재임 31년 만에 사퇴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서울만한 크기의 아무런 자원도 없는 싱가포르를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분리,독립시킨 이래 오늘날 국민소득 1만달러가 훨씬 넘는 아시아의 부국으로 성장시켰다. ◆그동안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이 총리는 번영을 위해서는 자유와 인권의 제약이 불가피 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경쟁자는 물론 야당세력을 철저히 탄압,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이 오늘의 번영을 이룩한 그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장기집권에 대해 점차 등을 돌리자 이 총리도 결국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아무튼 다음 집권자로 오작동 제1부총리를 지명했지만 국민들은 완전한 권력이양으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즉 형식적으로 이양후 대원군처럼 막후에서 수렴청정설,큰아들 이현룡 상공장관에게 세습시키기 위한 과도조치설,또 장차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강화시킨 뒤 출마,권좌에 다시 오를 것이라는 설 등이 분분하다. 이는 그가 절대적 집권세력인 인민행동당의 서기장직은 계속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추론일 듯하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광요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아시아인들의 시선은 26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수하르토 인니 대통령에게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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