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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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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의 서정시인인 윌리엄·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읊었다. 한점 때묻지 않은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씨가 세속에 때묻은 어른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경구다. 이같이 순진무구해야 할 청소년들이 무서운 불량배로 전락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10대 청소년의 범죄건수는 전체범죄 발생건수의 8.1%에 이르고 있다. 88년에 비해서 강도와 강간 등 강력범죄가 증가한 것도 청소년의 범죄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0대 범죄자 중에서 중·고등학생이 절반에 가까우며 부모가 있는 비교적 안정된 가정의 자녀만도 절반이 넘는 64.4%나 된다. ◆아이가 세상에 나서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은 「엄마」 「아빠」다. 발음은 다르지만 서양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문학자 곽말야에 의하면 한자의 「부」는 오른손에 돌도끼를 든 것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버지는 돌도끼를 들고 사냥을 하는 힘의 상징과 엄부의 모습으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백화점이나 공원같은 데서 보는 젊은 아버지의 모습은 옛날같은 엄부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이들의 친군지 보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끌려만 다닌다. 미국의 사회학자 올포트 박사는 청소년범죄와 불량화를 도시산업사회에 따른 퇴폐풍조와 핵가족에 의한 부권의 상실을 들었다. 아버지의 엄한 가훈과 어머니의 자애로운 사랑 밑에서 자란 어린이들의 탈선은 없다는 것이다. ◆학교주변의 불량배에게 돈을 뺏기는 등 괴롭힘을 당한 어린이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아무리 불량배로부터 큰 괴롭힘을 받았다 하더라도 목숨을 버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어린이가 마음놓고 학교에도 갈 수 없도록 학교주변이 무법천지라면,국민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하겠는가. 우선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학교주변을 정화해서 어린이가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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