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개풍군 진봉국교 8회… 자손 백명과 잔치/“또 한해 저무는데… 고향은”/어릴적 사진보며 3시간 얘기꽃/「어머님은혜」 합창땐 모두 눈시울『강산이 4번씩이나 바뀌고 올해도 저물어 가는데 우리는 정녕 생전에 고향땅을 밟을 수 있을것인가』
25일 낮12시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두봉백화점 3층 송실에서는 「고향의 봄」 「통일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실향민 20명이 1백여명의 자손들이 베푼 합동회갑연에서 흐뭇하면서도 착잡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경기 개풍군 봉동면 진봉국민학교 8회 동기동창생들로 3시간동안 실향의 아픔을 서로 달래면서 통일과 후손들의 번성을 기원했다.
동창중 유일하게 나이가 많으나 회갑연에 동참한 동창회장 유제훈씨(63·서울 양천구 목동)는 『잠깐 다니러온 길이 평생 이산의 아픔으로 남게될 줄은 몰랐다』며 『부모의 회갑연도 마련치 못한 죄스런 마음을 서로 위로하기 위해 합동회갑연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진봉국민학교는 휴전선에서 15리밖에 안되는 곳에 있었다. 8회 동창생들은 지난 43년 졸업한뒤 북한에서 살다 6·25때 31명이 월남했다.
이 가운데 5명이 작고했으며 6명은 와병중이라 합동회갑연에는 여자 3명을 포함,20명만 참석했다.
진봉국교 8회 동창생들은 71년부터 해마다 가을에 동창회를 열면서 친목을 다지고 경조사에는 한마음이 돼왔다.
회갑연은 황해도 재녕이 고향인 코미디언 송해씨의 사회로 진봉국교의 은사 김철민씨(74·법무사·서울 마포구 합정동 370)의 치사,동창생 가족소개,자손대표의 축사,부모님에 대한 합동제사,축가제창순으로 치러졌다.
이병룡씨(60·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346)는 『1·4후태때 대부분의 동창들이 단신으로 월남,이제 남쪽에 뿌리를 내렸지만 실향의 아픔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최효진씨(60·인천 북구 작전동 672)는 『고향이 그리울때면 서부전선 전망대로 달려가 망원경으로 고향을 찾지만 어릴때 뛰놀던 마을은 없어진지 오래고 진봉산 허리와 사천 근처에는 북한측의 전시용 아파트가 보일뿐』이라며 『판문점에서 손에 잡힐듯한 고향을 죽기전에 가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회갑연에 참석한 김진문씨(60·철도청 직원)의 3남 상기씨(29·회사원)는 『아버님은 지난번 방북신청때도 새벽부터 기다려 접수하셨다』고 말했다.
한복차림에 옛날 사진첩 등을 꺼내 고향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던 「6순의 국교생」들은 끝순서로 아들딸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통일의 노래」 「고향의 봄」 「어머니의 은혜」를 합창하며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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