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지위·기술이전 집중논의/일북한 수교문제 사전조율도 기대/현안 거른 뒤 내년 가이후 총리 방한 때 타결예상한일 정기각료회의가 26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각료회의는 지난 86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데다 지난 5월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마련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형성의 기틀을 재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양국은 21세기의 전진적 한일 관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 최대현안인 재일동포 법적 지위문제와 산업기술이전 문제 등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일동포 법적지위◁
현재 양국간 논의되고 있는 법적 지위문제 중 핵심사항은 재일동포 1·2세,특히 16세 미만의 2세들에 대한 지문날인 철폐문제.
양국은 3세 이하 후손(현재 4명)에 대해서는 지문날인제를 철폐하기로 지난 4월 합의했으나 1·2세에 대해서는 일본측이 확대적용을 적극 검토한다는 원칙적 합의 외에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우리측은 지문날인제 자체가 갖는 비인도적인 속성과 재일동포 2세와 3세의 동시대성을 들어 2세에 대한 지문날인의 철폐도 강력히 촉구해왔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경찰청을 중심으로 신원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철폐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은 3세에 대해 가족등록제나 특별호적제 등 신체를 이용하지 않는 신원확인 대체수단을 강구키로 합의했으므로 2세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대체수단을 마련할 경우 기술적인 문제점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지문날인 철폐 외에 우리측은 강제퇴거제,재입국허가제,외국인등록증 상시휴대제 등에 있어서도 3세에 대한 합의사항을 확대적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데 강제퇴거제와 재입국허가제 부분은 최근의 양국아주국장간 비공식협의를 통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문날인제 등 4대 악법철폐 외에 또 하나 중요한 현안인 법적지위개선 문제는 사회생활상의 차별해소이다. 우리측은 현재 국·공립 초·중·고교 교사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채용에 있어서 재일동포에 가해지고 있는 제한을 철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측은 현재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직무에는 외국인을 임명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교사나 공무원 채용에서 재일동포를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교사의 경우 교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담임을 맡지 않는 시간강사만,공무원의 경우 기능직만 채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교사의 채용범위를 교장·교감 등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직책이 아닌 일반교사까지는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지자제 공무원에 있어서도 기능직만이 아닌 일반직으로 확대해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채용할 수 없는 직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밖에 재일한국인 후손문제와 관련,우리측은 참정권(선거권) 부여와 각급 학교에서의 민족교육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과학기술협력◁
우리측은 양국간 무역의 확대균형을 구조적으로 유도하고 향후 동북아지역에서의 확고한 우호협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첨단산업기술의 한국 이전 필요하다는 입장 아래 이의 실현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물론 기술이전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겠다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5월 노 대통령 방일 때도 이 문제가 제기됐으나 일본측은 원칙적 동의를 표시하면서도 구체적으로는 『민간기업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측은 그러나 일본정부가 성의를 갖고 정책적 지원을 할 경우 민간기업간 기술이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번 각료회의에서 이를 강력 요청할 예정이다. 우리측은 이와 함께 노 대통령 방일시 추진키로 합의한 「공공기관간 첨단연구협력」 사업의 차질없는 이행을 촉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북한 수교교섭◁
각료회의에서 다루게 될 또 하나 중요한 의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북한간 수교교섭에 대한 일본측 방침을 확인하고 우리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문제.
일북한 수교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지난달 초 노 대통령이 가네마루 전 일본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측의 5원칙을 분명히 전달하는 한편 외교경로를 통해 충분한 협의를 해왔다. 그러나 우리측은 현재 예비회담이 진행되고 내년 1월 본회담이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는만큼 양측의 각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북 관계에 대한 한일간의 조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측은 특히 ▲수교 이전에 대북보상 및 경협이 있어서는 안 되며 ▲수교시기는 남북간 대화 및 교류의 의미있는 진전에 맞춰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문날인 철폐 등 양국간에 첨예하게 대두된 현안이 이번 각료회의에서 타결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가이후 일본 총리의 방한이 내년 1월초로 예정되어 있는만큼 주요현안들이 각료회의에서 걸러진 뒤 가이후 총리 방한에 맞춰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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