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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민주화 기폭제/「대학생 피살」은 조작(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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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민주화 기폭제/「대학생 피살」은 조작(세계의 창)

입력
1990.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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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경찰 중위가 학생역 맡아 가장/보수파 퇴진 노린 소련 개입설 유포/진상조사위 활동에도 사건은 미궁에지난 17일은 체코 벨벳혁명의 봉화가 치솟은 1주년 기념일이다. 체코의 민주화는 프라하시 벤체슬라스광장의 민중시위에 의해 이뤄졌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민중시위는 한 대학생 「마틴·스미드」군의 죽음이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그 학생의 죽음은 허위보도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11월17일의 수수께끼는 궁금증을 더해가고 있다. 5백61명이 부상하고 1명이 「죽은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라하 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이 「위장피살」에는 보수적인 체코공산당의 지도부를 퇴진시키고 개혁파를 앉히려는 소련측의 「빗나간 시나리오」가 개입돼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77헌장 그룹의 지리·루물을 위원장으로 하는 새로운 조사위가 진상의 철저한 규명을 목표로 내걸고 있어 아직껏 베일에 싸여있는 진상이 밝혀질지 주목되고 있다.

프라하의 89년 11월17일은 대충 이렇게 알려져 있다.

이날 아침 킨클 내무장관 야케스공산당 서기장 스테판 프라하시당 제1서기는 회합을 갖고 프라하의 봄 당시 바르샤바군의 침공에 항의,분신자살한 장·팔라치군의 20주기,나치군에 의해 살해된 애국청년 잔·오프레탈리의 50주기를 맞은 17일 대학생들이 계획한 대대적 시위에 대해 경찰력을 동원치 않기로 하고 다만 도심 진출만 허용치 않기로 했다.

그러나 지시와 달리 시위대가 나로딘가에 진출했을 때 경찰은 가혹하게 진압했다. 시위대의 선두에 있던 프라하대 수학물리학부의 「마틴·스미드」군은 경찰의 몽둥이에 쓰러졌다. 시민들은 피묻은 3색기로 그의 몸을 덮었다.

그러나 그 「스미드」는 1시간 가량 죽은척한 뒤 일어났다. 그는 「스미드」로 위장한 비밀경찰의 루데크·지브차크 중위였다. 그는 임무를 훌륭히 완수한 것이다. 비밀경찰의 또다른 요원인 드라바비라·드라제스카양은 당시 감옥에서 나와 「비아」라는 지하통신사를 맡고 있던 77헌장 그룹의 페트르·울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의사와 목사의 증언이 담긴 카세트를 건네받은 그는 19일 밤 이를 보도했고 소식은 널리 번졌다.

이 「죽음」은 결정적인 것이었다. 매일 수십만명의 민주시민들이 벤체슬라스광장에서 그의 학살을 규탄하고 공산당의 퇴진을 요구했다. 20일 한 체코 TV는 진짜 스미드군의 생존 모습을 보여주고 반체제의 역정보라고 비난했으나 민중의 함성은 이미 루비곤강을 건넌 뒤였다.

지난 3월의 조사위에서 지브차크 중위는 그가 가장했었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어떤 목적으로 누가 명령을 내렸는가 였으나 그는 사전 시나리오에 의한 쿠데타설을 부인해 버렸다.

여기서 고르바초프를 지지하는 비밀경찰 일부가 야케스와의 결별을 결심,거리의 민의를 동원하여 개혁파 공산당 지도부의 교체를 꾀했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물론 공산당 자체가 시민혁명으로 무너진 것은 예상못한 결과다.

지난 5월 BBC는 제1차 조사위를 인용,음모설을 보도했으나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또 불 렉스프레스지도 지난 6월 1년간에 걸쳐 수집한 상황증거를 인용,「고르바초프의 비밀계획은 어떻게 실패했는가」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체코 비밀경찰과 KGB의 연계설을 주장했었다.

음모설의 제1선에 떠오르는 인물은 야케스 하야 뒤 계속된 소요끝에 물러난 고르바초프적인 라디슬라브·아다메치 총리다. 그가 체코의 작은 고르비로 점지됐을 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모든일은 정치국에서 일어났다면서 그 이상은 함구한다.

또다른 인물은 비밀경찰 총책이던 알로즈·로렌츠 내무차관. 로렌츠 장군은 17일 시위당시 방문중이던 KGB 대표단과 함께 식사하면서 시위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고 만족해 했다는 것이다.

새 진상조사위의 루물 위원장은 『우리는 끝까지 간다』며 진상에의 접근을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리베라시옹지는 벌써부터 「11월17일혁명」이 「새로운 케네디 암살사건」이 될지 모른다며 미궁을 예언하고 있다.<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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