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차별있는 현실에 분노”박병헌 재일거류민 단장은 요즘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지난 21∼22일 서울에서 열린 재일한국인대표자회의가 여느 때와는 다른 무게로 그를 누르는 모양이다.
재일한국인 법적지위에 대한 한일간 협상시한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협상시한을 넘기더라도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계속될 경우 「철폐투쟁」은 당연히 계속될 것이지만,내년 3월로 끝나는 임기 안에 동포문제를 완결짓지 않으면 안된다는 개인적 책임감까지 겹쳐 무거운 표정이다.
재일한국인대표자회의 참석자들과 지문날인 철폐투쟁에 대한 「비상한 각오」를 다진 박 단장은 식민지시절부터 받아온 재일한국인 차별이 2천년대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엄존한다는 사실에 분노마저 느낀다고 했다.
재일한국인 문제의 해결없이 진정한 한일 동반자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선언문처럼 자못 비장하다.
『금년 들어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외무장관회담 등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보다 가까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재일동포 3세 이하 후손의 법적지위가 개선된 데 대한 긍정평가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박 단장은 문제점 지적을 잊지 않았다.
『3세 이하 후손에 대한 지문날인 철폐 등 법적 지위개선은 15년 후에나 실현되는 문제입니다. 그 동안 어쩔 수 없이 일본땅에 건너와 온갖 고생을 한 1·2세에 대한 족쇄도 즉시 풀려야 합니다』
사실상 지문날인 철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일동포는 현재 15세 이하의 10만여 2세들 뿐이라는 점에서 박 단장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어린 2세들 만큼은 비인도적 지문날인에서 해방시켜야겠다는 것이 재일동포사회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지문날인으로 상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취직이나 참정권 등에서 나타나는 실질적 차별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재일동포들의 끈질긴 노력은 이제 시작인 듯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경남 함양. 일본 명치대 정경학부. 재일한국학생동맹중앙부위원장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장 민단중앙본부총무국장 민단사무차장 민단감찰위원 대성전기공업(주)회장 민단단장. 62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