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제15차 한일 정기각료회의가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린다.이번에 열리는 각료회의는 지난 5월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 이후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에서 한일간의 현안에 대한 조속한 타결에 회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견된다.
이번 회의를 맞이하면서 생각나는 것은 우선 한일 정기각료회의가 1967년 제1차 각료회의를 가진 이래 동경과 서울에서 번갈아가면서 14번이나 열렸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의제 하나만 보더라도,십년여일하게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향상과 한일 무역균형 및 기술이전 문제 등이 단골 메뉴로 올라 있는 것이 그간의 비생산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두 나라간의 현안이 쉽게 풀릴 수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그렇다고 똑같은 현안을 되풀이 논의하는 데에만 그친다면 밥먹고 사진이나 찍는 이같은 회의는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런 심정을 누르면서 이번 정기각료회의서는 다음 세 가지 문제에 대해 획기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주문한다.
첫째로 일본의 확고부동한 대한 자세의 견지이다. 우리도 북한의 자유화와 개방을 위해서 일·북한간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는만큼,일본이 이를 기화로 「양다리 외교」를 벌임으로써 전통적인 한일 우호를 해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본다. 한일 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남북대화를 염두에 두고 균형있는 일·북한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향상을 위한 대책이 이번에는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실무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데 이어 일본 외무성과 법무성에서도 재일동포 1·2세에 대해서도 3세와 같이 지문날인을 폐지키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시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어 가이후(해부) 총리의 방한에 따른 분위기 조성용 애드벌룬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정기각료회의에서 지문날인제도의 즉각적인 철폐와 국적조항에 의한 재일한국인의 차별을 없애는 등 재일동포의 지위향상이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셋째는 만성적인 한일간의 무역역조를 개선키 위한 기술이전 문제가 강구돼야겠다. 이 문제는 노 대통령의 방일시에 정상회담에서 합의됐기 때문에 무역확대 균형과 산업기술협력 확대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도록 이번 회의에서 조치돼야 한다.
특히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중소기업 자동화기술 협력과 신소재특성평가센터 건립 등 6개 협력사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89년까지 한일간의 누적적자는 5백13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이같은 한일간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키 위해서는 기술이전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우리가 이처럼 이번 회의에 기대를 거는 것은 현안의 해결을 통한 한일간의 공동번영과 우호협력 없이는 한일 양국이 앞으로 다가올 태평양시대를 주도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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