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급등에 승객감소 겹쳐 2중고/올적자 20억불… 자구책마련 “전전긍긍”세계항공업계가 페르시아만사태의 여파로 급격한 경영악화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각국의 항공사들은 최근 국제원유가 인상에 따른 비행기 연료비의 상승과 운임인상으로 인한 승객감소때문에 지난 80년대초의 제2차 석유파동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항공사들의 적자액이 모두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지난 88년 12억달러의 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호황을 구가하기도 했던 국제항공업계의 상황이 이처럼 급반전하고 있는 것은 지난 8월 페르시아만사태 발발이후 계속 뛰고 있는 비행기 연료비때문이다. 지난 8월에 1ℓ당 16센트였던 연료비가 한때 39센트까지 오르다 이번달에는 29센트를 기록,2배가까이 인상돼 있는 상태. 이에 따라 평소 항공사 전체운영비의 15∼20%로 인건비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연료비지출비율이 최근 40%를 넘어섬으로써 업계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페르시아만사태가 조기진정되지 않을 경우 이같은 추세는 훨씬 확대될 전망이어서 각 항공사들은 자구책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캐나다항공은 최근 몬트리올에 있는 27층짜리 본사건물의 매각과 함께 2천9백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했고 영국항공은 신규사원채용을 중단키로 했는가 하면 필리핀 항공은 국내선을 중심으로 운항횟수를 10%가량 줄이는등 경영합리화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항공사들은 일제히 여객요금을 인상함으로써 연료비의 추가지출분을 메우려 하고 있다. IATA는 이번달들어 2백여 회원사들에게 4∼8%의 인상폭을 제시해 관철시켰고 미국의 경우는 지난 8월부터 3차례의 인상을 통해 15.8%를 끌어 올렸다. 항공사들은 이 인상률이 연료비인상률을 따라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지만 각국의 물가수준과 승객감소를 의식해 더 이상의 인상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여객요금은 지난 8월과 비교해 로마뉴욕구간이 1천달러에서 1천2백달러로,런던뉴델리가 1천1백30달러에서 1천2백달러로,홍콩LA가 9백22달러에서 9백86달러로 6∼20%씩 올라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승객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겨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는데 특히 중동지역의 항공사들은 이용승객이 평소에 비해 절반이하로 떨어져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이집트항공이나 이스라엘의 항공사들은 최근 이 지역의 전쟁위험 때문에 카이로,예루살렘 등으로 가는 여행자들이 거의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서유럽에서는 비행기를 텅빈 채로 출발시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 어떤 승객들은 출발전에 50달러의 전쟁위험보험료의 부담을 요구해와 항공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해 세계 항공업계가 거액의 적자를 보게 되리라는 것이 확실해지자 그 폭을 줄이려는 항공사들의 노력도 기발하게 발휘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항공사가 기내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비치됐던 재떨이를 몽땅 수거함으로써 비행기의 무게를 줄였다. 이렇게 하면 보통 23㎏이 줄어 돈한푼 안들이고 운항중 연료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발상이다.
업계전문가들은 페르시아만에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해도 현재와 같은 대치국면이 앞으로 3∼4개월만 계속된다면 항공업계의 불황이 크게 심화돼 지난 1,2차 석유파동때와 같은 항공사들의 연쇄도산과 합병바람이 다시 불어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유성식기자>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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