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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만의 뱃길/이계성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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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만의 뱃길/이계성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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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여명 비무장지대인 경기 강화군 교동도 앞 한강 하구 아군초소 주위는 평소보다 훨씬 강한 긴장감에 싸여 있었다. 막혔던 뱃길을 37년 만에 다시 열기 위해 배에 탄 사람들이나 이들을 지켜보는 군관계자,보도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행주대교에서 자유의 다리까지 42㎞의 자유로 건설공사에 필요한 골재를 채취하기 위한 준설선 등 8척의 민간선박을 한강 하구 비무장수역을 통해 이동시키겠다는 계획을 군사정전위를 통해 이미 북한에 통보하고 사격 등 공격행위를 하지 말 것을 부탁했지만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였다.

그러나 매일같이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짙게 끼던 해무가 이날은 거짓말처럼 깨끗이 걷히고 빤히 건너다 보이는 북녘 산하의 평화스러운 모습은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주었다.

이윽고 넓은 갯벌을 집어삼키며 밀려드는 밀물을 타고 아침바다로 배들은 떠났다.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되는 항해로의 수역은 강중심이 군사분계선이고 강폭이 1㎞ 남짓밖에 안 돼 북측이 사격을 가한다면 순식간에 배가 침몰하고 승선인원 28명은 수중고혼이 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나 10여 ㎞를 항해,이날 정오께 목적지인 월곶리에 배가 도착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군관계자들 중 일부는 당초 북한이 우리측의 제의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일지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꼬투리를 잡자면 자유로가 군사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의 통과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의 운항은 남북한이 이제 휴전 후 37년간의 증오와 불신의 늪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신뢰를 조성해 가고 있음을 증명해 준 큰 발자국이 됐다.

이들 준설선이 채취해온 모래와 자갈로 탄탄하게 닦인 자유로가 남북을 잇는 단단한 신뢰의 대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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