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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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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명장 베르나르도·베르톨루치가 감독한 「마지막 황제」가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의 9개 부문을 석권하고 세계적으로 히트한 것은 1988년. 이 영화는 한국서도 재미를 보았다. 같은 제목의 중국제작 TV연속극 「말대황제」도 얼마 전 국내 TV 전파를 탔다. 두 작품은 모두 중국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던 전의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다루어 인기를 모았다. ◆요즈음 모스크바에서는 소련판 마지막 황제라고 할 「니콜라이2세­로마노프 왕조의 최후」라는 연극이 지난 3월 이래 9개월 동안이나 롱런하고 있다고 한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가 혈우병에 걸린 알렉세이 왕자,4명의 공주와 함께 공산혁명군에 체포된 후 처형당하기까지 절망 속에 보낸 며칠이 연극의 내용이다. ◆공산혁명 이후 70여 년 간 절대왕조의 포악한 폭군으로 매도된 니콜라이2세에 관한 사항은 소련 사회에서는 금기 중의 금기였었다. 「니콜라이2세」는 70년의 금기를 깨뜨렸다는 것만도 엄청난 파격인데 죽음을 앞둔 황제와 왕족의 인간적인 측면을 동정어린 눈길로 조명하고 혈우병으로 신음하는 어린 왕자와 공주까지도 희생시킨 혁명지도자 레닌의 비정한 처형지시를 고발하는 작품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작가 세르게이·쿠츠네초프는 1974년부터 도서관을 찾아 다니며 비밀스럽게 자료를 모으고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에야 집필을 시작했고 대본을 받아든 연출가 보리스·모로소프도 1년 동안이나 망설이다가 무대화의 결단을 내렸으며 출연 배우들도 한결같이 불안을 짓누르고 무대에 섰다. 「니콜라이2세」는 지난 3월 모스크바의 한 극장무대에 올려지자마자 대단한 방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외지의 르포에 의하면 막이 내린 후 노년층 관객들은 충격 속에 침통한 모습으로 좌석에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젊은 관객은 이제까지 들어온 사실과 극의 내용이 너무도 달라 혼란스럽다고 고개를 흔든다는 것이다. 소련판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2세」가 소련 사회에 던진 파문과 충격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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