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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무더기 인상 신호탄/유가 대폭인상 배경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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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무더기 인상 신호탄/유가 대폭인상 배경과 문제점

입력
199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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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고려 비산업 유종만 올려/석유기금 흐지부지… 연내 불인상 약속깨/경제논리보다 한자리 물가 짜깁기 인상25일 0시를 기해 정부가 휘발유 등유값을 전격 인상한 것은 연말과 내년초에 걸쳐 유류 전기 교통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 러시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페만사태 발생 이후 9∼12월중 평균 원유도입단가가 25달러를 웃돌 때까지 연내 유가조정을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런데 정부가 그 동안의 태도를 바꿔 이번 인상을 단행한 배경은 비산업용 유종인 휘발유 등유의 과소비현상이 두드러져 올해 월동기중 적잖은 수급차질이 예상되기 때문.

자동차 보급확대로 인해 휘발유 소비량은 지난해 35%,올 들어 9월까지 33%나 급증하는 추세였다. 또 등유와 경유의 가격차가 ℓ당 4원에 불과,난방용 유류로 등유를 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올들어 9월까지 등유는 전년 동기보다 2배를 넘는 1백9%나 소비가 폭증했다. 당국 추계로는 국내 정유사들이 등유생산 시설을 풀가동하더라도 사우디의 등유수출중단 등 국제시장 수급애로까지 겹쳐 내년 3월까지 2백67만배럴 가량의 공급차질이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번 인상으로 내년 3월까지 휘발유는 2백30만배럴(총소비의 17%) 정도 수요가 줄며 등유는 3백50만배럴(14%) 가량이 경유로 대체 사용될 전망.

따라서 이번 인상에 따른 소비절약 및 대체효과에 힘입어 휘발유 등유의 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관계당국은 밝히고 있다.

정부가 이번 인상을 단행한 또 다른 배경은 휘발유 등유값이 선별 인상돼도 연내 소비자물가 한자리 수 유지는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현행 물가지수 편제상 휘발유는 소비자물가 산출에는 잡히지 않고 있어 이번 인상으로 인한 물가 영향은 도매물가 0.192%·소비자물가 0.08%포인트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당국은 밝히고 있다.

고유가시대에 적응키 위해 휘발유 등유의 소비감소를 유도하면서 물가압박이 심한 경유·벙커C유 등 산업용 유류값은 현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아낸 셈이어서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인상 조치를 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당국이 또다시 대국민 약속을 어겼다는 심정을 떨치지 못할 것 같다. 지난 80년대 내내 석유사업기금이라는 세계 유일의 제도를 통해 상대적으로 외국보다 비싼 기름값을 감수해 왔지만 막상 국제원유가상승사태를 맞자 불과 3개월 만에 「경제논리」를 들먹이며 유가 완충역할을 당국이 스스로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당국은 비정상적 가격체계가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시대 적응태세가 갖춰지지 않아 국제경쟁에 뒤진다고 주장하나 많은 국민들은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5조5천억원 가량의 웃돈을 얹어 고가 기름을 써 온 사실은 과연 경제논리에 걸맞는 대응이었나고 반문하고 있다. 또 지난 10월까지 4천억원,연말까지 가야 8천5백억원 가량 완충자금이 쓰일 전망이고 아직 1조원 이상 재원이 남아 있는데도 유가현실화의 불가피성만 강변하는 것은 옹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가인상에 앞서 약속 위반에 대한 사과부터 했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돈을 거둘 때와 쓸 때 당국 태도가 너무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또 정부가 어차피 고유가 적응 필요성을 제기했으면 전 유종에 걸쳐 가격인상을 단행할 것이지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 한자리 수 물가억제 목표와 엉거주춤하게 타협,선별인상에 그친 것은 「조삼모사」식 눈가리기 행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많다.

이번 인상조치를 통해 당국이 배럴당 도입단가 25달러를 기준으로 가격 현실화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최근 페만사태가 소강상태에 들면서 한때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24달러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가격동향이 아직 불투명하다.

또 국제석유관련 기관들이 대부분 내년 유가를 22∼25달러 선으로 예측하고 있어 유독 가장 비관적 수치인 25달러를 기준으로 잡은 것은 경유에 따라 내년중 유가완충 기금은 더이상 한푼도 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초 경유 벙커C유 등 산업용 유류를 포함,전면적인 가격조정에 나설 땐 정부의 완충역할의 범위에 대해 보다 명백한 입장표명이 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인상과 최근의 물가지수 동향으로 미루어 철도 상수도 시내버스 등 8대 공공요금 인상은 연내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8대 공공요금의 요구수준인 8∼42% 인상은 유가현실화를 감안치 않은 것이며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더라도 전체 소비자물가 부담은 0.6%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당국이 일단 연내 인상을 수용한 뒤 내년초 유가상승 부담은 당분간 자체 흡수토록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유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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