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0시를 기하여 국내유류 중 등유와 휘발유의 소비자값을 28%씩 대폭 인상키로 했다. 그러나 산업연료인 BC유와 수송용 및 가정난방용인 경유 그리고 LPG 및 LNG값은 연말까지 가격을 인상치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발표했다.비록 산업용 기름과 가스값의 인상은 유보되었다고 하나 정부가 지금까지 수차에 걸쳐 연내엔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기름값이 일부나마 인상됨으로써 정부의 대국민 약속은 또 한 번 깨지고 만 셈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 10월 중순에 있었던 관계장관연석회의에서 설사 11·12월중에 원유도입가가 배럴당 30달러에 이르더라도 국내유가를 인상치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일부 인상을 단행하게 된 것은 연말 물가의 한자리 수 억제에 정부가 어느 정도 자신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물가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경제기획원은 지금까지 국내유가의 연내인상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었는데 물가가 10월에 이어 이달에도 계속 안정세를 보이자 기상이변이 없는 한 한자리 수 유지라는 목표달성이 무난하다고 보고 반대자세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최근 들어 국제원유가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판에 일부나마 국내유가를 올린다는 것이 정당한 명분을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국제원유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유가의 국내가격체계를 정상화하고 기름소비를 억제키 위해 조만간 국내유가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리라는 것은 우리도 예측해 왔다. 에너지소비절약을 유도하려면 아무래도 가격기능을 통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 국제원유가상승률이 매우 높을 경우 내년에 한꺼번에 대폭 상승시켜 소비자에게는 큰 충격을 주느니 차라리 한두 번에 나누어 소폭으로 올리는 것이 에너지정책상으로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제원유가가 계속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면 애써 국내유가체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국내유가의 일시적 대폭인상의 염려도 없어진 셈인데 굳이 난방용인 등유와 휘발유값의 연내인상을 꼭 단행했어야만 했는지 약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겠다. 물론 등유의 국제시장값이 상대적으로 폭등하고 수입에도 어려움이 있어 등·경유간의 가격차를 확대함으로써 대체효과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월동기를 맞고 있는 지금 등유를 갑자기 딴 기름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판에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은 일반시민의 가계에 그 만큼 큰 부담을 주는 것이 될 것이며,그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 불만과 또 한 번 식언을 한 데 대한 대정부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번 인상으로 도매물가에는 0.19%,소비자물가에는 0.08% 상승요인이 발생하게 된다는 데 물가상승기인 연말을 앞두고 정부는 유가인상으로 인한 물가안정 저해사태와 등유수급 등에 차질이 나지 않도록 안정대책을 철저히 강구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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