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설악의 말사에 은든한 지 꼭 2년이 되는 23일의 백담사는 평소와 거의 다름이 없었다.백담사측이 이날만은 특별히 보도진의 출입통제를 해제,입구에서 기다린 지 4시간여 만인 상오 11시께 산사에 도착하자 이미 1천여 명의 일반신도와 전씨 가족,측근들이 찬바람이 쉬지 않고 몰아치는 경내에 몰려 있었다.
백담사측은 작년 이날 거행했던 진신사리 봉정식 광경과 전씨의 「당시 법어」가 공개되어 세간에 요란한 화제를 불러모았던 점을 의식,별도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부처님께 점심을 올리는 사시 기도법회만 공개했다.
상오 11시30분 법회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은은히 경내에 울려 퍼지자 전씨 내외가 거처인 만해당 뒤편의 새로 만들어진 「비닐문」을 통해 극락보전에 들어섰다.
흰두루마기와 흰목도리 차림의 전씨와 흰색 치마 저고리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밝은 표정으로 법당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 등 20여 명의 스님들이 천수경을 독경했고 전씨 내외는 독경을 함께하며 자리에 앉았다.
법당 안 앞자리에 앉아 스님들과 똑같이 독경과 예불을 드리는 전씨 내외의 모습은 세속과는 일탈한 것으로 비쳐졌다.
1시간20분간 계속된 법회에는 전씨의 별도 「인사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씨는 그러나 평상시 신도들을 상대로 30∼40분간 하던 「설법」을 애써 피하는 듯했다.
전씨는 먼저 『이곳까지 와 주어서 정말 고맙다』
『서 원장이 이곳을 알선해 주신 지 오늘로써 2년이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모든 게 내탓이라는 일념으로 지내왔다』는 말로 「인고의 2년」을 요약하면서 인사말을 간단히 끝냈다.
그 후 서 원장이 설법형식을 빌려 전씨의 심경과 입장을 간접 전달했지만 앞마당에 모인 일반 신도들은 「설법」보다 전씨 내외의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모습이었다.
이날 백담사에는 적지 않은 전씨의 측근들과 가족들이 있었지만 보도진들과의 직접 접촉을 꺼리는 태도가 역연했다. 스산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백담사를 떠나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새삼 깨달은 것은 차가워진 날씨탓만은 아닐 것이다.<백담사에서>백담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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