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임기중에 국회에서 내보내는 데에는 몇가지 방법이 있다. 스스로 사퇴서를 내고 떠나는 자의적 방법도 있고 타당이나 타의원들에 의해 쫓겨나는 타의적 방법도 있다. 그러나 자의에 의한 자진사퇴이든,타의에 의한 추방이든간에 모두 국회본회의나 국회의장의 허가를 얻어야 된다. 지난 7월 임시국회가 날치기파동으로 끝난 뒤 야당의원들이 국회해산 조기총선을 요구하면서 집단적으로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여당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도중하차에 성공할 수 없었다.79년 10·26사태 직전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공화당유정회의 제명결의에 밀려 국회에서 추방된 것은 타의에 의한 도중하차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의원의 임기중 사퇴여부는 전적으로 국회의 의사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국회의 의사와 관계없이 의원직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의원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이 바로 그것이다.
재판의 최종단계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국회의 의사가 어떠하든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임기중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것은 국회와 법원뿐이라는 얘기이다. 그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유권자들은 이 대목에서 섭섭함을 금할 수 없다. 자기들 손으로 직접 뽑은 의원들인데 국회로 보낸 뒤에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임기중에는 손을 쓸 수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멋대로 당적을 옮기고 비리와 부조리를 저질러 여론의 지탄을 받아도 유권자들은 구경만해야 하는 것이다. 응징해야할 국회나 사법당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처벌하지 않고 묵인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유권자가 최후의 심판자로 나서 단죄를 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우리에게는 없다.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 형태에는 중요정책을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국민투표,주요안건을 국민이 직접 발의하는 국민발안,선거직 공무원을 국민이 직접 파면시킬 수 있는 소환 등 3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또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이런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 3가지중 개헌문제를 다룰때 보아온대로 국민투표만 채택하고 있다. 만일 국민발안이나 국민소환과 같은 제도가 있었더라면 지나간 강압정치시대에서 국민은 유신헌법을 비롯한 악법을 고치고 독재자를 추방하는데 합법적인 투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인천에서는 23개 종교 사회단체가 나서 인천출신의 서정화 조영장 두 민자당 의원이 폭력조직 두목 최태준씨의 구명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사퇴와 제명을 요구하는 시민의 서명을 받는가 하면 「사퇴촉구대회」까지 계획되고 있다.
국민소환제도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서명이나 집회는 정치적인 시위이상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만일 유권자들에게 그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에 대한 직접 파면권을 주었더라면 상당수 의원들이 임기도중에 국회에서 탈락되었을지도 모른다. 정치와 정치인이 스스로 개혁하고 자정하는 능력을 잃어 버리고 번번이 국민을 실망시키다보니 인천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움직임이 새삼 소환제도를 한번쯤 상기시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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