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 격상」 권력수단 없어 옥상옥 가능성/중앙부처 기능 축소·지방 이양등 이어질듯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통일원 장관의 부총리 격상 ▲경찰청과 경찰위원회 신설 ▲통계국과 기상대의 청 승격 ▲문교부·체육부의 명칭변경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은 정부가 최근 남북 관계개선 움직임,지방자치제 실시 임박,민간기능의 확대 등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광범위한 정부조직 개편작업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곧이어 건설부·문교부·보사부·농림수산부 등 중앙부처의 집행기능을 대폭 축소해 정책기획 중심으로 변화시키고,중앙행정부처의 지방기관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계획이며 이번 개편은 정부조직 대개편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통일원 장관의 부총리 격상으로,통일에 대한 6공정부의 의지를 강조하고 국민의 통일 열망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현행 통일행정 체제가 제도화된 69년 당시는 냉전시대로 동서진영간의 대립과 경쟁만이 강조되던 때였으나,현재는 평화공존·교류협력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원의 격상은 시대조류에 부응하는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
이번 개편으로 통일에 대한 조사·연구·교육·홍보기능에 머물던 통일원의 역할이 통일정책의 수립·추진 및 통일관련 업무에 대한 총괄 조정기능으로 변화하게 됐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지위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됐다고 해서 통일원이 정부조직법의 문구대로 관계부처들을 통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들이 적지 않다.
경제기획원 장관의 경우는 예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갖고 있어 관계부처에 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통일원은 구체적인 권력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원의 지위격상은 상징적 의미만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지난 9∼10월의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통일원이 주무부서의 기능을 충분히하지 못했고,정보관련 부처들이 주도권을 잡아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관행들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경우 통일원 격상은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지위격상에 따라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류협력국 신설 등 기구확대는 「일 없이 자리만 늘린다」는 지적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정부는 이를 감안,통일원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외무 국방 교육 문화 공보처 장관 및 안기부장을 위원으로 하는 「통일관계 장관회의」를 설치해 통일정책의 심의조정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통일원 격상과 함께 핵심사안인 경찰청·경찰위원회의 신설은 민생치안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경찰의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신설 근거조항만 넣고 조직·기구·권한 등 구체적 내용은 현재 제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경찰법에 포함되게 된다.
그러나 경찰법 시안의 내용은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변모하는 것 외에는 경찰위원회가 인사·예산권을 갖지 못하고 추상적인 정책방향을 제안하는 수준의 기능만을 갖는 등 경찰중립의 확실한 조항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개편을 조직·인원 측면에서 볼 때 전체적으로 확대경향을 띠고 있어 정부가 표방하는 「작은 정부」 원칙에 어긋나고 있으며,앞으로 추진할 정부조직 개편도 비대화 쪽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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