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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공해의 점수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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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공해의 점수화(사설)

입력
199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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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처는 내년 6월부터 대기,수질오염 등 주요 환경오염실태를 종합,점수화하는 「감각오염지표」를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각종 오염도에 관한 표기가 PPM,ph,마이크로g 등으로 다르고 기준치도 복잡해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던만큼 「공해상황」을 누구라도 알기 쉽게 하기 위한 개선책이다. 당초 92년부터 실시할 계획이었던 체감공해의 점수화가 이렇게 앞당겨지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서울시의 환경문제 세미나에서의 문제제기에 충격을 받은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약화된 것이라 해서 말썽이 난 기준치에 대해서도 환경처가 개선방안을 내놓게 된 것은 계기를 놓치지 않은 유연한 대처라 할 만하다.환경처에 의하면 감각오염지표는 대기오염의 경우 아황산가스·먼지·오존·질소화합물·일산화탄소 등 5개 주요 오염물질의 오염도 수치에,일정한 가중치를 두어 종합환산한 점수를 만들어 발표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기상태가 아주 좋으면 0∼20점,보통이면 20∼40점,나쁘면 40∼60점,아주 나쁘면 60∼80점,위험수준에 해당되면 80∼1백점으로 표시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은 지금처럼 검은 연기를 뿜거나 매캐한 냄새가 나야 식별이 가능했던 원시적인 대기오염 감지상태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수질오염 역시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용존산소량(DO)·수소이온농도(PH)·대장균·부유물질 등 5개 오염물질의 오염도 수치를 같은 요령으로 점수화한다고 한다. 이 경우 국민은 40점이 넘는 물은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쉽게 식별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이 「감각오염지표」는 점수조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4개 오염물질이 보통이고 1개가 매우 유해하게 나와 점수가 40점을 넘게 됐을 때 가중치 적용에 융통성을 부여해 40점 이하를 의도적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환경측정이 공신력이 높지 못했던 것은 측정장소,측정시기,측정방법에서 실상보다는 나은 결과가 나오게끔 조정된 것이 아니냐는 불신과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관계부처의 측정결과는 대개의 경우 전문학자들이 측정한 것과 큰 차이가 난 사례가 많았으며,학자들의 측정결과가 실상에 보다 가까이 접근했던 적이 뒤늦게 확인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점수화」를 시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어떻게든지 정직하고 공정하게 오염도를 측정,합리적인 가중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해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숨김과 꾸밈이 없이 국민에게 알려주어,공신력을 완전히 회복함으로써 범국민적인 「환경전쟁」을 펼 수 있는 토대와 여건을 마련하라고 권하고 싶다.

말썽이 난 기준치도 77년 만들어진 후 별로 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종 공해상태가 최근 몇년 사이에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완화돼 있는 기준치를 고집할 근거는 약하다. 특히 아황산가스나 오존,먼지 등 오염실태를 1시간 단위로 해야 체감공해와 일치할 수 있음을 이제 와서 인정한 것은 그간 너무 무성의,무책임했다는 반증이 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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