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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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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친스타코프 전차연대는 1943년 우크라이나에까지 침공했던 나치 독일군을 반격하여 밀어붙인 용명높은 부대였다. 지금 모스크바 동쪽 3백75㎞ 거리의 군사도시 제르친스크에 주둔하고 있는 그 부대의 2백50여 장교와 1천여 병사들 중 3분의1은 지난 가을 동안 들판에 나가서 감자를 캐고 온실을 짓는 데에,그리고 나머지 병력은 빵을 굽는 데 동원됐다고 전해진다. ◆1956년 부다페스트에서의 자유화운동,1968년 「프라하의 봄」 등을 휩쓸어버리고 그 이후 줄곧 금년초까지 체코슬로바키아에 주둔하고 있던 이 탱크병들의 긍지는 대단했지만 이제는 「감자 캐는 영웅」 「빵 굽는 용사」로 전락하여 사기나 군기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생산된 감자나 빵에 비해 사기저하는 너무 비싼 대가로 보인다. ◆이같은 군의 사기문제 외에도 바르샤바동맹군에서의 영향력 위축도 소련에겐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한다. 이에 덩달아 나토군도 대응해야 할 상대가 사라져감에 따라서 자체존립의 근거에서 동요를 겪게 됐다. 유럽에 주둔하던 미군의 약 절반 정도가 페만으로 전용되고 영국은 독일내에 있는 4개 공군기지 중 2개를 폐쇄할 예정이며 프랑스도 독일에 주둔중인 5만5천 병력 전부를 철수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1380년 드미트리·돈스코이 지휘하에 타타르군을 격파했고 1812년 미하일·쿠투초프 지휘로 나폴레옹군을 격퇴했으며 2차대전중 게오르기·주고프 지휘로 연합군과 함께 나치군을 궤멸시킨 소련군대가 약 40년간 서구를 위협하던 총부리를 이제 거두어간다. 만프레드·뵈르너 나토 사무총장은 소련군을 두고 말한다. 「위협으로서라면 잊어도 괜찮다」­ ◆유럽에서의 해빙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대치상황은 기대보다 너무 길어진 느낌이 든다. 저들은 이민족끼리도 서로 이익을 나누는데 우리는 동족이면서도 소모를 서로 강요한다. 바르샤바체제의 붕괴,나토의 위축이 남북한의 긴장완화에 결국은 영향을 주겠지만 상호신뢰,군비통제의 초기관문이나마 언제 넘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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