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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가출/이유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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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가출/이유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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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의 정창화 국회농수산위원장이 20일의 첫 상임위운영 도중 「폭언」을 했다 해서 평민당이 발끈,불안한 하루살이 국회를 더욱 뒤뚱거리게 하고 있다. 추곡수매 문제 등 정부측의 현황보고를 우선 듣자는 평민당과 합의된 의사일정대로 예산안상정을 먼저 하자는 민자당이 티격태격하던 중 정 위원장이 『…나갈테면 또 나가보지…』라고 말한 게 「화근」.이에 평민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데 이어 21일에도 『공정한 의사진행의 책임과 본분을 망각한 방자한 태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정 위원장은 『19일 밤 여야간에 의사일정을 합의해놓고 20일 아침 당회의에 갔다온 후 태도를 돌변하니 이래서야 어떻게 회의를 운영하느냐』고 푸념을 털어놓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감정이 이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조차 지쳐 있는 현실에서 정상화된 국회의 참주소를 읽게 한 이 「사건」을 보며 또 하나 생각나는 게 있다.

지난 18일 저녁 민자당 수뇌부의 청와대 만찬회동에서 농반진반으로 오고갔다는 한 토막.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 대표의 지난번 당무거부 및 마산행을 떠올리며 『또 도망갈거요. 이젠 나가지 마시오』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전혀 별개인 두 사건이 문득 오버랩되는 유일한 끈은 국회로부터의 「가출」과 당으로부터의 「가출」이 전후 사정의 배경이 돼 있다는 점이다. 또 우연히도 양자는 가출이란 투쟁수단으로 복귀의 명분을 상당수 거뒀으며 이것이 다시금 국회와 민자당의 정상궤도 진입을 가져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는 이런 연상을 하면서 또 당장의 농수산위사건을 보면서 갖는 의문은 좀 다른 곳에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정치판이 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가출해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소모적 과정을 거치면서 피차가 「만성 가출불감증」에 걸려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파행­협상­정상화」의 거듭되는 지루한 드라마를 보면서 객석의 국민들이 울고,웃고 감동하리라는 착각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당사자가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 자신들임을 깨닫고 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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