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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영향 살피며 시기·폭 “고려중”/유가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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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영향 살피며 시기·폭 “고려중”/유가인상

입력
199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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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올려도 파급효과 내년초/「기금」거의 사용안할 속셈인 듯/공공요금도 연내 인상위해 작업착수국내유가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유가는 물론 전기가스,철도 교통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압력을 더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연내인상방침을 굳히고 구체적인 계수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국내유가의 경우 인상방침을 굳히고 물가,국제유가,국민과의 약속,인상이 늦어질 경우 재원부담 등 각종 변수를 저울질하며 최종 결단의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페만사태이후 한동안 『국내 기름값은 연내에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한때 40달러선을 넘어서고 국내도입원유가도 25달러선에 이르게 되자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적절한 인상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11월에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여 11월20일 현재 현물가격이 배럴당 25달러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어 또다시 정부의 입장이 미묘해지고 있는 형편.

현재 정부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변수는 기름값을 얼마나 올려야 연말 소비자물가를 한자리수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과 이 경우 석유사업기금을 얼마나 더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점.

먼저 물가의 경우는 어느정도 판단이 선듯하다.

10월말 현재 국내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

11월중 국내유가를 35%가량(배럴당 25달러 기준) 올려도 당장소비자물가에 나타나는 효과는 0.4% 포인트에 불과하므로 잘하면 한자리수 물가억제가 가능하리라는 판단이다.

물론 도매물가는 2.8%포인트가 더 오르나 소비자물가는 지수에 반영되는 시차가 있어 내년에나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관련,이희일 동자부장관도 최근 『국내유가 인상여부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밝힘으로써 이같은 정부측의 입장을 보여 주었다.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또하나의 문제는 석유사업기금을 얼마나 더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 동향을 볼때 배럴당 25달러 수준이 지속될 것이므로 여기에 맞추려면 국내유가를 30∼35% 올려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당장 『그동안 모아놓은 석유사업기금은 다 어떡하고 기름값만 대폭 인상하느냐』는 국민들의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가 별로 할말이 없다.

정부는 그동안 앞으로 국제유가가 30달러선을 넘는다해도 국내유가를 전혀 올리지 않고도 연말까지는 별무리없이 견딜 수 있다고 거듭 밝혀 왔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석유사업기금제도를 채택,지난 10년간 국제유가 인상에 대비,유가완충재원을 저축해 왔다.

지난 79년 7월부터 석유사업기금 징수를 시작한 이래 지난 9월말 현재까지 조성된 기금총액은 5조4천6백75억원.

이 가운데 대부분을 석유비축 원유도입선 다변화 에너지 이용 합리화사업 등에 사용하고 남은 돈이 1조8천4백39억원.

이것이 바로 요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가완충용 재원이다.

단순히 계산상으로는 이만한 재원이면 연말까지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국내 유가인상없이 너끈히 버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돈이 현재 제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

석유사업기금의 관리주체는 석유개발공사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 마음대로 그동안 각종 명분을 들어 야금야금 빼내 사용해 왔다.

현재 1조8천4백39억원 가운데 재정투융자특별회계(재특)로 예탁되어 있는 것이 1조3천억원,산업은행 외환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 4천2백39억원이 예탁되어 있고 올해 조성분 1천2백억원만이 현금으로 손에 쥐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현금으로 확보된 1천2백억원 가운데 7백50억원은 이미 9월분 도입원유 차액보전을 위해 써버렸고 10월분 원유도입가 보전을 위해 2천5백10억원을 마련하려면 나머지 4백50억원과 그동안 어렵사리 관계부처간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재특자금 2천억원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볼때 앞으로 국내유가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유가완충재원으로 쓸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재원은 은행예탁금 4천2백39억원 밖에 없는데 이를 둘러싸고 부처간에 싸움이 계속되고 있으니 결국은 이달중 국내유가를 인상,기금소요액을 줄이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기준유가를 25달러선으로 몽땅 올리느냐 아니면 일단 물가를 감안,20%정도 올린후 내년초에 다시 15∼20%를 추가인상하느냐 하는 것.

이는 어쩌면 조삼모사식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금년에 대폭 인상을 하건 두번으로 나누어 인상을 하건 그 밑바닥에는 더이상 석유사업기금을 지출치 않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연내에 유가를 몇%나 올릴 것인가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국민들이 비싼 기름값을 지불하여 모아놓은 5조원 이상의 기금가운데 이것저것 제외하고 겨우 남아있는 1조8천억원 마저도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겠다는 속셈이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분명하게 밝혀져야할 것이다.<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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