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추곡안 여야 한목소리 성토/의사일정 놓고 몸싸움… 하오에 개회 농림수산위/안기부·보안사 감사여부 질문공세 법사위/대북관·한반도 주변정세 설전 거듭 국방위/야서 “업무현황 먼저” 주장 잦은 정회 재무위국회는 20일 운영·외무통일·상공위를 제외한 14개 상위를 열어 소관부처별로 새해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날 각 상위에서 평민당은 국감기간 등 의사일정 문제에서부터 지난 임시국회에서의 날치기문제 등까지 따지고 드는 바람에 초반부터 불협화음을 연발해 단축국회의 앞날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
▷농림수산위◁
농림수산위는 조경식 농림수산부 장관의 금강 하구둑 준공식 참석으로 하오 7시30분에야 개회되 올 추곡수매 문제를 놓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정부측을 맹공.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김영진 의원(평민)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조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의 추곡수매안을 「확정」한 것으로 발표한 것은 국회의 동의건을 무시한 처사』라며 포문.
이에 조 장관은 『정부의 수매 「방침」이라고 표현했다』고 해명했지만 김 의원은 좀처럼 납득하지 않는 표정.
이어 다시 박경수 의원(민자)이 『장마다 쌀값이 다른데 어디를 기준으로 보상하려고 「차액보상제도」라는 되지도 않는 제도를 도입했느냐.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냐』며 흥분.
조 장관은 『정부의 재정여건이 좋지 않아 생각해 냈다』고 답했고 박 의원은 『그것은 말도 안된다. 차라리 못 사겠으면 못 사겠다고 대답하라』며 계속 불만.
30여 분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한 질문이 있은 뒤 업무현황보고가 추곡문제에 이르자 다시금 여야 가릴 것 없이 소나기발언을 신청하며 정부측을 협공.
신순범·이희천 의원(평민)은 『차액보상제는 농정의 파국을 초래할 위험이 많다. 구체적 실시방안을 밝혀보라』며 재고를 촉구.
박태권 의언(민자)도 『금년 여건이 88,89년에 비해 하나도 나아진 게 없는데 왜 인상률은 낮아져야 되느냐』면서 『차액보상제 실시로 인한 홍수출하로 가격이 급락할 경우의 대비책은 무엇이냐』고 추궁.
정일영 의원(민자)은 『수매량이 실제 7백50만석인데 1천만석이라고 우기는 것은 농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난.
조 장관은 의원들의 쉴새없는 압박에 시종 곤혹스런 표정을 짓다가 끝내 『책임질 정도로 큰일이 발생하면 책임질 것』이라며 물러섰는데 배석한 정부관계자들은 장관의 궁색한 처지에 시종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
이에 앞서 농림수산위는 이날 상오 의사일정을 놓고 여야가 한때 삿대질 및 고함과 육두문자까지 주고받으며 이번 국회들어 첫 몸싸움을 기록해 험난한 전서를 예고. 평민측이 선 현황보고 후 예산안상정을 주장하며 개회를 반대하자 정창화 위원장이 단독설득하려 했으나 실패. 그러자 정 위원장은 혼잣말로 『합의한 의사 일정도 안 지키고…,또 나가지…』라고 말했고 이에 흥분한 평민 의원들이 회의장의 위원장석에 몰려가 『우리가 어떻게 해서 들어왔는데…,버르장머리 없이…』 『일당 국회를 하려 드느냐』고 고함을 치며 삿대질.
▷법사위◁
하오에 감사원 예산안을 심의한 법사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각종 「권력기관」들의 비리와 관련,감사원의 감사영역 확보 및 독립성 문제 등에 질문공세.
윤재기 의원(민자)은 『감사원이 보안사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못 한다면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
조승형 의원(평민)은 『지난 88년 결산보고시 청와대 경호실에 대한 실지감사를 「필요」에 따라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이행했는지를 밝히라』고 추궁. 조 의원은 이어 『안기부에 대한 실지감사는 한계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에 대한 제도적 개선방법이 없느냐』면서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와 관련,현행 감사원체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질의
김 원장은 『청와대 경호실에 대한 실지감사 실적은 없으나 매월 예산집행 명세서에 대한 서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서면감사결과 미결사항이 발견되면 언제라도 실지감사를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
김 원장은 이어 『안기부에 대해서는 안기부법의 관련조항에 의거,지금까지 실지감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면서 『안기부의 업무특성상 외부감사보다는 내부통제가 합리적이며 개선방안도 연구한 적이 없다』고 답변. 김 원장은 이와 함께 『보안사의 경우도 서면감사만 실시해 왔다』고 답변.
▷국방위◁
국방위는 국방예산의 규모를 둘러싸고 여야간 논쟁이 벌어졌는데 특히 국방예산 규모의 근거인 대북인식과 한반도 주변상황에 대해 민자·평민 의원간에 현격한 시각차를 노정.
유준상 의원(평민)은 『전세계가 탈냉전 및 군축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소련·미국은 물론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 등서도 군비부담을 줄여 경제성장과 복지향상을 추구하고 있다』며 국방비 삭감을 요구.
정웅 의원(평민)은 『내년도 예산 중 70억원의 판공비가 2중3중으로 계상돼 있어 절약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계룡대 조경비로 5억3천만원을 쓰겠다고 한 것을 전방부대 사병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따진 후 『비웃음 살 일은 해선 안될 것』이라고 일침.
그러나 옥만호 의원(민자)은 『유럽안보협력회의서 재래식 무기감축을 결의했는데 이들이 감축한 무기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유럽엔 봄이 올지 몰라도 이들 무기가 북한에 들어올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면서 군비삭감 불가론을 개진. 옥 의원은 『율곡 계획 등 군장비 현대화에 차질이 생길 경우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남북간의 화해시기는 아무도 모르는 만큼 「철저한 준비」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
▷재무위◁
재무위는 회의진행 순서를 둘러싸고 민자·평민 양측이 맞서는 바람에 개의예정 시각을 훨씬 넘긴 하오 늦게까지 팽팽한 대치.
민자당측은 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에 관한 제안설명을 듣는 것으로 예산안 심의에 착수하려 했으나,평민당측은 현황보고를 우선 듣자는 주장.
평민 의원들은 『도대체 업무현황이 어떤지 알기나 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천연덕스러운 「항변」.
이에 민자당 의원들도 옆방의 소회의실에서 즉석 대책회의를 갖고 회의운영 방안을 논의했는데 『예정된 안건심의를 않겠다니,막무가내도 유분수』라며 어이없는 표정들.
재무위는 결국 낮시간을 계속 허송하다 「집안 사정」을 앞세운 평민당측 입장을 이날 하루만 배려키로 하고 하오 8시께 간신히 속개,정부측 현황보고를 들은 뒤 종료. 그러나 보고 도중 평민의원들의 자료요구량이 원낙 방대해 재무부관계자들은 내내 곤혹스런 표정.<정진석·신효섭 기자>정진석·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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