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후계자 23명 출자/양곡소매상 허가 받아/“판로확보” “가격저렴” 서로좋아풍년을 거둬들이고도 추곡수매량이 적어 시름에 겨워있던 농민들이 서울의 아파트단지에 직접 싸전을 차렸다. 충남 연기군 남면·전의면 일대 농민들은 2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아파트 11단지 맞은편의 백산빌딩 1층에 8평남짓한 「연기쌀상회」 「연기군 농산물직판장」을 열고 산지와 소비자의 직거래로 서로 돕는 농산물유통을 시작했다.
농민들은 지난 4월부터 상계 10·11·15·16단지 주민들과 농산물직거래를 해왔으나 주변 쌀가게 주인들의 항의와 반발로 팔수없게되자 정식으로 양곡소매상 영업허가를 얻어 고정업소를 차렸다. 지난 9월14일 여느때와 같이 아파트부녀회가 주문한 쌀과 고추를 트럭에 가득싣고 상경했던 농민들은 주변 양곡상들의 고발에 의해 양곡관리법 위반혐의로 경찰서에 불려가 「다시는 임의로 쌀을 팔지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돌아갔다.
그뒤 남면 영농후계자 회장 권순성씨(35) 등 마을 영농후계자 23명이 1인당 1백만원씩 출자,보증금 1천5백만원 월세 20만원의 사무실을 얻고 이곳에서 주문받은 농산물을 배달판매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난 4월부터 서울 잠실 영등포 상계지역과 대전의 아파트단지 주민들과 직거래를 시작,지금까지 상계지역에 판매한 것만 쌀 20㎏짜리 1만여부대,금강오이 상추 무 등 모두 5천여만원 어치가 넘는다.
가격은 쌀 20㎏짜리가 2만6천원으로 도시의 소매가 보다 1만원이 싼데 중간유통 단계가 생략돼 농민들에게도 큰 이득이다.
농민들은 추곡수매에 응하고 남은 쌀과 곡물을 가져다 팔 계획이다.
개장 첫날인 20일 하오3시께 11단지 앞에서는 농민들이 트럭가득 싣고온 농산물을 팔아 시골장이 열린 것같은 분위기였다. 이곳에 나온 1백여 주부중 팥 1㎏을 2천5백원에 산 장명옥씨(65·여·10단지 15동)는 『값은 시중과 비슷하지만 양이많고 품질도 좋다』고 말했다.
「연기쌀상회」를 연 농민들의 소망은 도시와 농촌 사이의 이같은 직거래활동이 보다 활발해지는 것.
추곡수매문제로 농민이 손수 수확한 벼를 태우고 우루과이 농산물협상의 수입개방 압력이 날로 거세지는 시점에서 도·농간직거래 확대는 현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회장 권씨는 『정부도 농민과 도시 소비자간의 거래를 적극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는 이날 『허가를 받지 않은 농민들도 행정기관의 보증만으로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 개정을 농림수산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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