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낮12시께. 10월16∼19일의 남북총리회담(평양) 취재사진기자단 주최로 「평양길 3박4일」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1전시장에서 난데없이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시비의 발단이된 사진은 유경호텔. 「세계 최고를 목표로 높이 3백m,객실 3천개,1백5층 규모로 지어지는 유경호텔은 골조공사가 끝났으나 자금·자재난때문에 내장공사가 중단됐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이 사진을 유심히 보던 점퍼차림의 60대 노인이 『야 이렇게 좋은 것도 있구나』,『많이 올라갔는데』하고 감탄하자 옆에 서있던 신사복차림의 같은 또래 노인이 『전시용인데 뭘』하고 못마땅해 했다. 그러자 점퍼차림의 노인은 『남이 사진을 보는데 왜 그래』하고 쏘아붙였고 신사복 노인은 『뻔한 건데 찬양하는 거야 뭐야』하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다 아는 건데 그런 식으로 밖에 말을 못해』하고 언성을 높였다.
점퍼차림의 노인이 『저 사람,남이 사진보는데 도대체 왜 그러나』,『자기 할 일이나 해』하고 같이 언성을 높이자 신사복의 노인은 『당신 빨갱이 아니야』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뒤 두 노인은 『나는 이북출신이야. 알 만큼 다 알아』,『나도 이북에서 왔어』하고 맞고함을 질러댔다.
신사복차림의 노인은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들으라는 듯 『반공을 해야지. 반공을』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화를 참지 못하고 사진도 다 둘러보지 않은채 휑하니 나가버렸다.
본의아니게 「북한찬양파」가 돼버린 노인은 다른 사진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저런다고 통일이 되나』하고 내뱉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별 표정없이 두 노인의 대결을 보고만 있었다.
이 전시장옆의 2,3 전시장에서는 체신부주최의 90 전국우표전이 16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전시장 한켠에서는 북한 우표가 판매되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호기심에서 북한 우표를 구입하는 사람들과 이를 못마땅해 하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두 전시회는 북한의 실상에 대한 무지,애증이 교차하는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임철순기자>임철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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