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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짜리의 경제성/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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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짜리의 경제성/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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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를 말할 때 상징적인 예화로 흔히 인용되는 것이 「1원짜리 마감」에 관한 얘기다. 은행 점포에서 하루 영업을 마감해 본 결과,1원의 오차가 생겼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얘기는 서구적인 것과 일본적인 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되고 일본경제의 성장신화를 우화적으로 설명해주는 얘기거리도 된다. 1원의 오차가 생겼을 경우 은행업무가 마감되지 못하는 것이 일본적인 상식이라는게 이 얘기의 주제다. 업무가 마감되지 못하면 지점장과 많은 직원들이 남아서 일일이 전표를 대조해가며 1원의 오차가 생긴 곳이 발견될 때 까지,그리고 그 오차를 수정해서 딱 들어맞는 계산을 맞추어 놓을 때 까지 작업을 해야 한다.많은 사람들이 야근을 하는데 따른 피로감과 수당 야식비 난방비 전기료 등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그까짓」 1원때문에 그런 지출을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미국 사람들은 이런 경우 지점장이나 책임자가 판공비나 또는 주머니 돈에서 1원을 지출,계산을 맞춰놓고 「홀가분하게」퇴근을 해버린다. 그것이 서구식 합리주의이고 경제원칙에도 맞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에게는 그런 합리주의나 경제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1원의 오차는 결코 「그까짓 것」이 될 수 없다. 1원보다는 오차가 발생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사실이며 그 오차를 색출,시정하지 않고는 절대로 「홀가분 한」퇴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많은 인원이 남아 1원 때문에 야근을 하고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는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추구하는 철저함과 완벽,그 깨끗한 무오류의 신뢰성은 바로 일본상품에 대한 성가로 연결돼 전방위·전천후 수출과 세계무적 최강의 경쟁력을 길러주고 신화적 성장을 이룩하는 거름이 돼주었다. 우리 수출상품이 요즘 세계도처에서 장벽을 만나고 가는 곳마다 경쟁력을 잃어 비실거리고 있는 것은 일본처럼 우리도 우리나름대로 가져왔던 한국적인 것을 잃어 버렸기 때문일까,아니면 아예 그런 것이 있었던 적도 없었고 지금도 그렇게 내세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일까.

우리 같으면 1원의 오차를 어떻게 처리할까. 우리에게도 경이적 성장에 대한 세계의 칭송이 있었고 한강의 기적같은 말도 생겼는데 그런걸 가능하게 했던 요인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선진국도 아니고 후진국도 아닌 어중간한 중간지점에서 성장의 기력을 잃고 쇠잔한 모습으로 만신창이가 된 우리경제를 돌아다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착잡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정신무장 없이는 절벽처럼 앞을 막아선 우리 경제ㆍ사회의 이른바 「총체적」난국을 뚫고 나가기 어려울 것 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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