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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헌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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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헌장(사설)

입력
199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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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이 동유럽공산권 붕괴라는 드라마로 세계가 떠들썩한 한해였다면,세계는 오늘 파리로부터 「새로운 유럽」을 선언하는 34개국 정상들의 「파리헌장」에 접하게 됐다.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이름으로 돼 있는 「새로운 유럽」은 사실상 그에 앞서 합의 서명된 두 개의 문서로 보장된 것이다. 하나는 유럽배치 재래식 전력감축 협정이고,또 하나는 동서가 냉전종식을 밝힌 「정치선언문」이다.

정치선언문은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밝히는 구체적인 언어가 지난 40년 동안 대결과 공포에 익숙해온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문서다. 이 선언의 중요한 현실적 조치는 서로 「불가침」을 선언하고,CSCE의 테두리 안에서 유럽 집단안전보장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적인 문헌이 그런 것처럼 이 문서도 보다 상징적인 선언이 더 큰 감동을 줄 만하다. 『40년 이상 지속됐던 분열과 대결의 시대가 종식』됐음을 밝히고,『더 이상 적대국이 아니며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건설하고 서로에게 우정의 손을 내밀 것을 엄숙히 선언』했다.

그것은 『다원주의적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법에 의한 통치』라는 기본적 이념과 체제를 공유하는 새로운 유럽의 출현을 선언하는 것이다.

아직도 불안한 모스크바와 동유럽 각국의 「위기극복」을 전제로 한다면,근대사의 주무대였던 유럽대륙은 19세기의 그것처럼 강력하고 번영된 단일 공동체로 탈바꿈해 나가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다.

유럽배치 재래식 군사력 감축협정으로 핵공포의 원인이었던 재래식 군사력의 동서 불균형은 해소됐고,동서유럽이 다같이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공유를 선언했다. 당면한 유럽의 문제는 이제 동유럽이 서방측의 협조로 경제위기를 어떻게 벗어나느냐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압도적인 냉전논리 밑에 억압돼 온 소수민족들의 권리주장,92년이면 실현될 유럽공동체(EC)의 거대한 단일시장과 가난한 동유럽과의 관계설정 등 풀어야 될 과제는 적지 않다. 그러나 유럽대륙이 대결을 청산하고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하리라는 역사적 전망은 충분히 낙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대륙의 역사적인 전환은 결국 동북아에도 변화가 다가서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미 미국 국무부의 솔로몬 차관보는 유럽배치 재래식 군사력감축협정에 이어 다음 군축교섭 대상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역사의 드라마」를 눈과 귀로 체험하고 있다. 유럽대륙의 역사적 전환에서 우리 자신의 미구에 닥칠 「내일」에 대비하는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읽기만 하는 학생이 아니라,바로 이 시대 역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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