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추곡수매량과 수매가의 윤곽이 대충 드러났다. 19일 정부와 민자당이 마련한 추곡수매정책안은 수매가를 일반벼 10%,통일벼 5%씩 각각 인상키로 하는 한편 당초 민자당이 요구한 1천만섬 수매량을 채우기 위해 차액지급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있다.정부가 제시한 일반벼 10%,통일벼 5% 인상률은 양곡유통위가 건의한 인상률보다 각각 0.5% 포인트가 인하된 것이며 전체적으로 한자리 수 인상을 고수해온 정부방침이 반영된 것인데,인상률 억제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수매량을 당초의 6백만섬 계획에서 7백50만섬으로 늘리고 별도로 일반벼 7백50만섬에 대해서는 수매대신 산지 쌀값과 수매가와의 차액을 정부가 지급키로 한 것이 특색이다.
당정협의에 의해 결정된 이같은 수매안은 국회동의 과정에서 상당한 격론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변동 없이 확정지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추곡수매 문제는 해마다 적지 않은 진통을 겪으면서 정부는 정부대로 불만을 남기고 농민은 농민대로 반발을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터이지만 이번의 수매가 및 수매량 결정에 있어서도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더 크게 작용된 듯한 느낌을 준다.
정부의 재정부담 증대와 쌀값이 도시 근로자임금 및 전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염려하는 정부가 추곡수매가 인상을 최대한으로 억제하고 쌀보관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수매량을 줄이려고 애쓰는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농민의 입장에서는 UR협상과 농산물 개방확대 등으로 농가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 예상되고 있는 터에 주소득원인 쌀값마저 억제된다면 도농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며,더욱이 쌀에 대체될 수 있는 적당한 딴 작물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농민들의 우려는 더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쌀의 직접 수매대신 차액지급제를 강구하게 된 것은 재고능력과 재고관리비용 부담의 축소 그리고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인데 정부의 딱한 처지를 이해는 하지만 약간의 문제점이 없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설사 수매과정에서 영세농에 대해서는 희망량 전량을 우선 수매한다고 하더라도 농가별 차액지급이 실시될 경우 농사를 많이 짓는 중농 이상한테 많은 차액금이 지급됨으로써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고,차액지급대상 농가한테 영농자금 상환을 3∼4개월 연기해 주는 것도 중농 이상만을 우대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차액지급제 자체가 쌀 수매와는 관계없는 일종의 무상보조가 된다는 점에서 원칙론적인 시비의 논란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며 차액의 결정에 있어서도 잡음이 일 소지를 안고 있다. 차액계산을 전국 평균산지가격으로 할 경우와 지역별로 할 경우 각기 다른 액수가 나올 수 있고,차액지급시기에 따른 산지쌀값 기준의 설정에서도 문제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쌀값변동에 대한 불안 때문에 대상농민들이 실제 쌀 수매시기에 일시 지급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고 하겠다.
기왕에 채택키로 한 차액지급인만큼 정부는 차질과 부작용이 최소화하도록 운용상의 묘를 살려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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