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4개월여 만에 간신히 「합거」한 19일 국회의사당은 모처럼 만원을 이루었다.꽁꽁 잠겼던 평민당 총재실과 평민 소속 상임위원장들의 사무실도 활짝 열렸고 의원회관에도 짐을 옮기는 보좌관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또 본회의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나란히 앉아 정부의 시정연설을 경청했다. 이 광경만을 보면 정치는 역시 여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9월10일 정기국회가 개회된 후 열 차례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가 열렸지만 야당의원들이 불참함으로써 「반쪽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했던 것이다.
모처럼 만에 자리를 함께 한 여야 의원들은 서로 『잘해 봅시다』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간간이 눈인사를 보내기도 했으나 미소 뒤에는 여전히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이 깔려 있었다.
박준규 국회의장이 정치 공동화 책임과 관련,『지금 이 시점에서 어느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남은 회기 동안 민주적 국회운영으로 국민신뢰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영배 평민 총무가 의사진행 발언에서 『즐거운 마음보다 두려움이 앞선다』며 등원의 변을 밝힌 뒤 그동안 여당의 「정치약속」 파기를 짚고넘어가 정상화 뒤에도 사전 「함정」을 짐작케 했다.
「합거」 첫날 여야는 시정연설·운영위원장선출 등 비정치적 안건처리 일정뿐이어서인지 「무사히」 하루를 넘겼다. 그러나 첫날의 여야 대면을 볼 때 순항하리라고 섣불리 기대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평민당은 정기국회 회기종료 다음날인 12월19일부터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지자제관련법 관철을 새해예산안과 연계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더욱이 지각국회는 1백일의 회기중 불과 30여 일을 남겨 놓았는데도 아직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동안 파행정국이 지속되고 법정회기마저 허송세월한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으며 그로 인한 물가·폭력·경제현안 등 민생문제를 외면한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임이 분명하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국회가 국정토론의 장이 아닌 「대권전장」으로 몰고간 정치지도자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
여야 지도자들은 그들이 미사여구로 「국민을 걱정하는 소리」를 할 때,국민은 되레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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