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헬싱키」이후 전원 교체된 셈/축제 분위기속 경찰 주변경비 삼엄/재래식군축 세계 각국 전폭 “환영”○교황 특사만 그대로
○…전유럽 안보협력회의(CSCE)의 2차 정상회담격인 이번 파리회의는 1차회담인 75년의 헬싱키회의와 비교해볼 때 교황청을 제외하고는 각국 대표가 전원교체돼 국제정치상의 세대교체를 실감케해주고 있다.
75년에 이어 이번 파리회의에 대표로 계속 참석하고 있는 인사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특사인 아고스티노·카롤리 추기경 한사람뿐.
헬싱키회의 참석자중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등 12명은 이미 타계한 상태인데 이중 알도·모로 이탈리아 총리와 올로프·팔메 스웨덴 총리는 각각 78년과 86년 암살되었으며 니콜라이·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혁명으로 실각과 함께 처형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이밖에 동독의 에리히·호네커,불가리아의 토도르·지프코프 등은 실각후 권력남용혐의로 조사받는 등 살아 있어도 산것 같지 않은 「반송장」상태.
그러나 헬싱키회의 당시에는 반체제인사로 탄압을 받던 바츨라츠·하벨 체코 대통령,타데우스·마조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등이 이번에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석,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서 정치상황이 급변했음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이번 파리회의에는 참석지 않았으나 헬싱키회의 참석자중 아직 권좌에 남아 있는 지도자는 당시 총리였던 콘스탄티노스·카라만리스 그리스 대통령뿐이다.
○“타지역도 이룩 희망”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19일 유럽배치 재래식병력감축(CFE)조약 체결을 환영하면서 이같은 군축조치가 유럽이외의 지역에서도 취해지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
일본 외무성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CFE협정이 앞으로 순탄하게 이행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하고 일본은 앞으로의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첨언.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CFE조약 체결이 「보다 나은 세계」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폭적인 환영을 표시.
케야르 총장은 이어 『앞으로는 재래무기가 개발도상국들의 수중에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협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
한편 유럽각국이 냉전종식을 선언한 이날 베를린에서는 남북한의 분단을 치유하기 위한 소위 「범민족」회담이 열렸다고 AFP통신이 보도.
이 통신은 베를린발 기사에서 한국의 전민련과 북한의 조평통 그리고 해외동포 대표들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논의하기 위한 첫 민간접촉을 가졌다고 전했다.
○…엘리제궁 주변은 온통 각국 국기와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장식들이 가득한 가운데 관광객들과 물건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이같은 우호적인 회담장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엘리제궁에서 한 블록 떨어진 거리는 경찰과 쇠줄로 삼엄한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불소 관계 호전될 듯
○…이번 CSCE 정상회담의 개최지가 파리로 결정된 것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강력 주장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 불소관계도 독소관계에 못지 않게 돈독해질 것으로 전망.
한편 롤랑·뒤마 프랑스 외무장관은 프랑스 혁명정신을 담은 역사적 문건인 「인권선언」이 발표된지 꼭 2백년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를 가장 성대하고 화려한 행사로 준비하려 했으나 『보다 간소하면서도 실질적인 행사가 되도록 하라』는 미테랑 대통령의 지시로 각종 의식이 대폭 축소됐다고.
○발트국 외무 참석 시사
○…소련 발트해 3개 공화국 외무장관들이 프랑스 정부의 「손님」자격으로 CSCE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렌나르트·메리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의 보좌관인 엔델·리프마씨가 18일 전언.
리프마씨는 프랑스 당국이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소련 발트해 3개 공화국 외무장관들이 역사적인 이번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위」를 만들어 주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들 외무장관들이 이번 회의에서 프랑스 대표단의 일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
○“나토 계속 필요”강조
○…CSCE 개최로 인한 유럽에서의 긴장완화에도 불구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유럽의 안보를 위해 여전히 긴요하다고 만프레드·뵈르너 나토 사무총장이 19일 말했다. 뵈르너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의 일간 르 피가로지와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CSCE에 의해 새로이 창설되고 있는 동맹이 지난 40년간 공동의 가치와 이해의 토대위에 역할을 수행해온 나토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지적.
○부시등 협정 직접 서명
○…이번 정상회담 개막의 서곡 형식으로 엘리제궁의 한 볼룸에서 열린 CFE협정의 조인식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22개 당사국 정상들이 직접 서명을 하고 각기 촌평.
부시 대통령은 식장에서 이번 협정은 『사상 최대범위의 군축협정이며 지금 대두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가리킨다』고 말했고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도 『우리는 전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있다』고 말하며 감격.
○내외신기자 7천명
○…프랑스 외무부는 국내외 보도진 7천명이 한꺼번에 회의장을 취재할 경우 엄청난 혼잡과 경호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회의장으로부터 7백m 떨어진 제국극장에 프레스센터를 설치.
이 때문에 기자들은 회의장에는 아예 접근하지도 못한채 TV 폐쇄회로를 통해 극장 스크린에 비쳐지는 회의장면을 보고 간접취재할 수 밖에 없는 상황.<파리=김영환특파원>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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