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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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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권 자민당에는 역대내각 때마다 「대부」 「막후실력자」라고 불리는 원로 거물급 정치인이 한두 명 있었다. 이들은 모든 정치인들의 꿈인 총리 자리는 일찌감치 포기한 채 부총리나 당부총재로 있으면서 당과 내각을 좌지우지 해왔다. ◆오늘날 자민당의 막후실력자는 「크레믈린」과 「너구리」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가네마루·신(김환신) 전 부총리다. 그는 지난 10월초 평양으로 달려가 김일성과 회담을 갖고 일본­북한간의 수교추진에 합의하는 한편 북한에서 7년간 불법 억류중이던 후지산·마루(부사산환)호의 선장과 기관장을 석방시키고 귀국한 후 지금까지 각종 모임에 참석,김일성의 지도력과 인품을 찬양하고 다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는 「김 주석의 지도력은 어느 일본의 정치인들보다 탁월하다」 「33세 때부터 장장 45년간 국가 최고통치자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 일본 최대의 종합지인 문예춘추가 11월호에서 「평성시대의 요괴로 앞뒤의 말이 다른 게 가네마루의 전매특허」라고 꼬집은 대로 그의 이중행각은 감탄할 만하다. ◆북한방문 1주 후 청와대로 노태우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선 『북한체제와 김일성을 과대평가한 적이 없다』고 뚝잡아 뗀 것만 봐도 그렇다. 하기야 1980년 5·18사태 직후 당시 전두환 장군이 국보위상임위원장에 취임,실력자로 부상하자 가네마루는 한국정정을 탐색하러 왔다가 전 장군을 만나 『한국사태를 진정시킨 귀하의 선견지명을 높이 평가한다. 귀하는 외과의사로서 수술이 끝났다고 환자(나라)를 모르는 체 해서는 안 된다』고 권력장악을 부추겨 빈축을 산 전력도 있다. ◆그 가네마루가 지난주 후지산호 선장과 기관장에게 「두분의 석방은 은사덕분」이라고 은근히 김일성을 추긴 후 「그쪽에서(북한) 괴로운 일이 있었겠지만 장래 양국 관계를 고려,신중하게 처신해 달라」고 당부했는데,당내 일각과 언론에서 「이번엔 언론자유를 봉쇄하고 있다」고 비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자기이익을 위해선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가네마루,아니 일본정부의 이중성 다중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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