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 본업 엄두못내/감정ㆍ검시만도 일손달려/과학수사연「범죄와의 전쟁」을 뒷받침해야할 과학수사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걷고있다. 정부의 범죄척결의지는 강력하나 범죄수사의 지원업무에 대한 투자와 배려가 소홀해 기동성을 갖춘 과학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연구를 통한 범죄예방에 역점을 두어야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차적 감정업무에 매달려 본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증가하는 감정수요에 비해 인력ㆍ장비가 모자라 범죄수사를 신속하게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공식범죄감정ㆍ연구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서울 양천구 신월7동 331의1)는 사체검안과 부검에서부터 법생물학적 연구감정,히로뽕 마약 독극물 분석 등 범죄수사와 관련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올들어 9월말까지 실시한 감정건수가 2만7천8백40건에 이른다.
이같은 업무량은 법의학 1ㆍ2과와 이화학 1∼4과의 80여명이 하루평균 1백30여건씩 처리한 것으로 과중한 감정업무 때문에 독자적 연구개발은 생각할수도 없는 형편이다.
특히 2만7천8백40건중 85.3%인 2만3천7백60건이 서울외의 지방에서 의뢰된 것들이어서 신속성이 요구되는 범죄수사가 늦어지게 된다. 현재 부산 등 몇몇 지방도시에는 지방공의나 법의학자들로 구성된 범의감정위원회가 설치돼 사체부검 등 비교적 단순한 사건처리를 하고 있지만 지난달 발생한 안동 세할머니 소사사건과 같은 복잡한 사건이나 의료사고 등 특정사건은 처리하기 어려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감정기간은 부검이 10∼15일,정액 모발 및 부정식품은 7일,독극물은 20일까지 소요되고 지방의뢰건일 경우 접수ㆍ통보기간까지 2∼5일이 더걸리지만 이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실정이다.
또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초동현장처리를 담당하는 국과수의 현장기동반도 2개반 8명에 불과해 기동성있는 수사를 기대할수 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한강유역 변사체의 경우에는 처리시간과 비용,인원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나 처리방식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있다.
법의학자 문국진박사(65)는 『자연사가 아닌 주검을 다루는 기관이 1개에 불과하고 그것도 연구ㆍ감정ㆍ검시기능을 모두 담당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선진외국처럼 우리도 범죄연구와 감정업무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박사에 의하면 일본은 경찰과학연구소가 범죄연구를 전담하고 감정은 각 현의 경찰국 감식계,변사사건은 현단위의 감찰의무원이 맡고있다. 미국에서는 군단위의 검시관 사무소가 법의학 관련업무를 전담하는데 FBI(연방수사국)에 이화학 관련 업무전담의 범죄연구소가 독립돼 있다.
윤중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은 『내년초 지방분소 1곳을 설치할 예정이나 지방분소가 최소한 3개는 돼야 국과수가 본래의 제기능에 복귀할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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