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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권유 일축 회갑 넘길 듯/「백담사 만2년」 맞는 전두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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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권유 일축 회갑 넘길 듯/「백담사 만2년」 맞는 전두환씨

입력
1990.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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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방문객 3∼4천명 아예 「강당」까지/설법 10여 회 정력 과시… 경제난국이 주조/청와대시절 비망록 챙기며 회고록 준비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백담사에서 은둔생활을 시작한 지 오는 23일로 만 2년이 된다.

지난해 섣달그믐날 국회증언을 위해 서울을 다녀간 것을 제외하곤 바깥나들이를 일체 삼간 채 꼬박 2년을 산사에 묻혀 지낸 셈이다.

전씨 내외의 산사생활은 그동안 측근들의 입을 빌려 간헐적으로 소개돼 오다가 요즘에 와서는 단체내방객들이 크게 늘면서 비교적 소상하게 전해지면서 간혹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씨의 하산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의 설왕설래도 끊이질 않고 있으나 전씨측은 이미 겨울채비를 마친 상태이며 회갑(91년 1월18일)도 산사에서 맞게 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백담사는 입구의 용대리 주차장이 하루 3천∼4천명의 방문객들이 타고 온 수십대의 관광버스로 붐비는 설악산 관광코스의 새로운 명소가 돼버렸다.

백담사측은 방문객들을 맞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전씨 거처인 만해당 오른편에 비닐천막으로 만든 2백여 평의 간이강당 시설을 설치,전씨 내외와의 자연스런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사찰 경내까지 7㎞는 16대의 봉고버스가 매일 부지런히 내방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으며 전씨는 3백여 명 단위로 방문객들이 「강당」에 들어차면 어김없이 흰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베니아판으로 만든 간이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쥔다. 전시의 「설법」 시간은 1회 30분∼1시간 가량으로 많게는 하루 10여 회를 넘는다.

전씨는 지난주말 검정색 양장저고리와 바지차림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매우 건강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았으며 퍼머기가 없는 커트머리의 이씨는 다소 야위긴 했어도 시종 밝은 표정.

전씨의 설법은 경제난국의 타개를 위한 캠페인성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감기기운이 있어 목이 약간 컬컬하다』며 말문을 연 전씨는 『86년에는 경제가 20억달러 흑자였으며 88올림픽 이후 국민들이 조금만 더 합심 노력했더라면 우리 경제가 지금과 같이 어렵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품애용」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지난 여름 웬 젊은 사람이 윗주머니에 양담배를 꽂은 채 인사를 하길래 「왜 양담배를 피우느냐」고 나무랐던 기억이 난다』면서 『그 이후로 나는 아예 즐기던 담배를 끊어버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씨는 재작년의 입산당시를 회고하면서 『경상도말로 화가 나면 「천불이 난다」고 하는데 나는 만불이 났었다』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당했다면 모르겠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당했다고 여기니 그랬던 모양』이라고 입산 당시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전씨는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되면 내 탓이요 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하는데 남을 탓해선 안 되며 모든 것을 자기업보로 여기는 게 필요하다』며 『외국의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몰릴 경우 대개가 망명을 하지만 나는 끝까지 우리나라를 지킨데다 아마도 절에 들어온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해 방문객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씨는 또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신중한 대처를 역설하는 등 주로 경제문제의 언급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TV 등을 통해 바깥소식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설명. 전씨의 「설법」을 들은 방문객들은 한결같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주차장 입구에서 좌판을 하는 김형녀씨(50)는 『전 전 대통령이 들어온 후 매상이 올라 좋긴 하지만 그분이 절을 떠나서 전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 수만 있다면 더이상 좋을 수 없겠다』면서 『전 전 대통령이 가족들 때문에 저렇게 됐지만 정치나 먹고 사는 것은 지금보다 잘 했지 않느냐』고 「뼈 있는」 한마디.

○…전씨는 이밖에 처남인 이창석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후 법정구속된 데 대해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며 최근 대구공고 동문들이 백담사 방문 후 교통사고로 참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그 사람들을 죽였다』며 몹시 애통해 했다고 한 측근이 전언. 전씨는 또 천금성씨가 쓴 그의 자서전을 읽고 『잘못된 부분이 많다. 나를 너무 미화시켜 놓고 있다』며 『내가 회고록을 쓸 때는 역사와 사실에 입각해 기술하겠다』고 말했으며 최근 청와대 시절의 비망록 등 자료를 챙기며 회고록 집필을 준비중이라고 측근이 소개했다.

전씨는 특히 차기 대통령선거가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김대중 평민당 총재간의 대결로 압축될 경우 김 평민총재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럴 경우 5ㆍ6공이 모두 심판대에 오르게 되고 광주문제도 재론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최근 정구영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씨 측근인 이양우 변호사와 만나 하산시기 등을 논의했으나 이를 전해들은 전씨는 『생각없다』고 일축해 버렸다는 후문.

여권의 한 소식통은 『얼마 전 전 대통령이 토사곽란을 일으켜 급히 인근 군부대의 군의관을 불러 줄 것을 요청했다가 보안사령관의 결재를 맡아야 된다는 이유로 조치가 늦어지자 심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면서 『전씨측은 정국상황의 추이를 봐가며 내년봄에 가서야 구체적인 하산시기 등을 논의할 의향인 모양』이라고 전망.

○…전씨의 연희동 사저에는 현재 큰아들인 재국씨 내외와 얼마전 이혼한 둘째아들 재용씨가 함께 살고 있는데 재국씨는 가끔 청와대관계자들과도 만나 「아버지문제」에 대한 백담사측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백담사=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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