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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록적인 대풍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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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록적인 대풍에 “몸살”

입력
1990.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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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몰락ㆍ「천안문」재발 우려 수매 늘려/「시장경제도입」 대폭 후퇴 주목중국이 기록적인 대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은 올 추수에서 지난해의 4억7백만톤에서 1천3백만톤이 늘어난 4억2천만톤의 곡물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가와 계약을 체결한 양 이외의 곡물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매매가 허용되고 있는 중국 농촌현실에 비춰 볼 때 이러한 기록적인 대풍작은 곡물가의 대폭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쌀의 시장가격은 1년전에 비해 28%가 하락한 ㎏당 1유안(한화 1백47원 상당)에,밀은 20%가 하락한 0.78유안(한화 1백19원 상당)에 거래되고 있다. 곡물의 시장가격이 이처럼 대폭락을 기록하자 농민들은 정부에 대해 계약 생산량 이상의 곡물을 전량 수매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중앙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각 성정부는 농민들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국의 쌀 곡창지대인 사천성에서는 정부수매 요구가 급증하는 바람에 일부지역에서 관리들이 수매를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호남성에서는 분노한 농민들이 앞으로는 정부의 수매요구에 절대로 응하지 않겠다고 집단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지난 10일 개최된 전국 곡물회의에서 호평 상업부장은 중앙정부 책임하에 가능한한 많은 양의 곡물을 수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목어업부의 한 관리에 따르면 정부가 수매를 계획하고 있는 곡물의 양은 전체 곡물생산량의 23%에 달하는 1억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해 수매량의 거의 2배에 가까운 것이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농촌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절실히 필요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지난 10년동안 꾸준히 추진돼온 시장경제개혁으로부터 크게 후퇴하는 것일 수도 있다.

80년대에 추진된 농촌개혁에 따라 농민들이 국가에 판매하는 곡물의 비율을 낮추고 나머지 생산물들을 자유시장에 내다팔아온 농촌의 시장경제구조가 그 근본에서부터 흔들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사태전개는 연이은 대풍이 주된 이유이겠으나 중앙정부의 긴축정책으로 각 성정부의 재정이 파탄상태에 빠지고 도시거주자가 구매하는 식료품에 대해 막대한 보조금을 계속하는등 불완전한 가격개혁과 유통구조의 미비,그리고 부족한 저장설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빚어진 것이다.

중앙정부가 농촌시장 경제구조를 왜곡할지도 모르는 수매량 대폭 확대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다음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는 대풍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다음해에 농산물 생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까 극히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풍작을 이뤘다고는 하나 현재의 곡물생산량이 충분한 수준은 못된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의 1인당 곡물소비량은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 84년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년 1천5백만명씩 늘어나는 새로운 「입」들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에도 미국으로부터 밀 1천5백20만톤을 수입했다. 이런 처지이고 보면 농민들의 증산기피 풍조는 우려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또다른 이유는 농촌경제의 불안을 방치할 경우 전국적인 치안질서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전체 농촌인구는 8억명으로 이중 1억명은 완전 실업상태이다. 또한 나머지 7억명도 농번기가 되면 실업상태에 빠지게 된다. 천안문사태가 확대된 이유중 하나가 농촌인구가 대량으로 도시지역에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파악하는 중국당국은 농촌경제를 안정시켜 이들 농촌인구가 돈을 벌기위해 대거 도시로 진입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중국의 다수 소비자층을 이루는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구매력을 상승시킴으로써 산업생산품의 과잉재고 현상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대량 수매방침은 확정되었지만 수매가격을 놓고 농민과 정부간의 실랑이는 계속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참고지는 쌀의 경우 ㎏당 1유안에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민들은 비료ㆍ살충제값 등 부대비용이 상승했으므로 적어도 ㎏당 1.2유안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연이은 대풍(그러나 11억 중국인민을 먹여 살리기에는 부족하다)으로 오히려 골치를 앓는 중국의 현실은 계획경제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주입하려는 「통제된 시장경제」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농촌지역에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함으로써 곡물생산은 대폭적으로 늘어났지만 제한적 경제자유화로 이의 처리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버린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국의 경제학자들은 가격개혁과 사유화 확대 등 전면적 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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