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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화성… 해지면 통금/9번째 추행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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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화성… 해지면 통금/9번째 추행 살인

입력
199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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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아야 범죄전쟁 승리”/첫 사건후 40여가구 이사/주민들 자경대 조직키로【화성=이재열기자】 『이번만은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

아홉번째 강간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기 화성군 태안읍의 능4리 주민들은 허술한 농촌치안에 분노를 터뜨리면서 연쇄강간 살인범을 잡지 못할 경우 「범죄와의 전쟁」은 패배라고 입을 모았다. 「얼굴 없는 살인마」 때문에 날이 어두워지면 통금상태가 돼버리는 마을에는 공포와 불안이 가득했고 주민들은 극심한 대정부 불신감에 젖어있다.

86년9월 이후 잇달아 발생하는 살인사건 때문에 벌써 태안읍의 40여가구가 이사를 가버렸으며 「공포의 마을」로 알려지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 총각들의 결혼이 더욱 힘들어졌다.

주민 이순례씨(71ㆍ여ㆍ경기 화성군 태안읍 능4리 419)는 『15일 살해된 김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손녀(16)와 마을 여중생 7명이 모두 학교 가기를 꺼리고 있다』며 『이사를 가고 싶어도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어 그냥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자녀 보호를 위해 최근까지 월 3만원씩 주고 승합차를 빌려 통학을 시켜왔으나 최근 자가용 불법영업 규제로 중단한 채 공장에도 출근하지 않고 딸을 맞으러 학교에 나가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의 범행현장 부근인 마을 진입로 대신 30분이 더 걸리는 옆마을로 돌아오도록 하고 있다.

주민들은 국도 주변에 있는 방범초소가 저녁7시 이후부터 운영되며 범행 현장에 가까운 고개 주변에 설치된 5∼6개의 보안등도 자주 고장난다고 불평하면서 『범행현장 주변이 범죄를 유발할 만큼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주변의 나무를 모두 베내야 한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주민들은 처음 사건이 난 이후 자녀들의 등하교를 위해 자체적으로 마을버스를 운행하려 했으나 돈이 없어 아직도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피살된 김양이 다니던 A중학교도 수업이 끝나면 같은 방향 학생들끼리 곧바로 집단 귀가할 것과 6시 이후 외출금지를 당부하고 수업이 끝난 하오4시30분 이후의 도서관이용 자율학습도 당분간 중단한 채 학생들의 조기 귀가를 재촉하고 있다.

김양의 동료들인 1학년5반 학생들은 17일 푼돈을 거둬 마련한 국화 20여 송이를 김양의 빈 책상 위에 올려놓고 흐느꼈다.

태안읍 일대 9개 마을은 이날 밤 긴급 반상회를 열고 읍사무소 직원들로부터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자경대조직 마을버스 운영 등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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